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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납세자의 날 – 스무 살, 그리고 국가의 흐름을 바라보며 3월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오늘은 조금 다른 감각으로 하루를 열었다. 스무 살이 된 후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듯, 세금이라는 것도 그냥 숫자가 아니라 내 삶의 호흡을 따라 움직이는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이런 기념일이 왜 있는지, 왜 중요한지, 숨을 고르며 천천히 적어본다.1. 3월 3일이 오늘인 이유 – 이름이 바뀌어온 시간, 그리고 나의 변화아침에 샤워하고 거울 앞에 서면, 아직 스무 살의 탄력과 여린 긴장이 내 몸에 동시에 남아 있다. 쇄골에서 갈비뼈로 흐르는 곡선이 햇빛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뜨거워지고, 복부와 골반의 선이 미세하게 들썩인다. 이런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만들어왔다. 이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3월 3일이라는 날짜가 갑자기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1969년, .. 2025. 12. 16.
2월 마지막날 희귀질환 극복의 날 달력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손끝으로 시간을 만진다. 유독 2월은 얇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달, 그 마지막 날은 더 얇아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하루는 늘 몸으로 느껴진다. 겨울 코트 안쪽에서 체온이 모이듯, 내 몸의 선과 숨결이 또렷해지는 날. 거울 앞에 서면 쇄골의 그림자와 허리의 곡선이 오늘따라 선명하다. 짧은 달의 짧은 하루가 희귀질환이라는 드문 현실을 비춘다는 말이, 그저 문장으로만 남지 않고 피부에 와 닿는다. 흔하지 않다는 말은 낭만적일 수 있지만, 삶에서는 자주 고립을 뜻한다. 이 날이 있는 이유는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한 번 더 바라보라는 신호, 달력의 가장 얇은 틈에서 비추는 작은 빛. 나는 스물네 살의 몸으로.. 2025. 12. 16.
2월 28일 민주운동 기념일 – 젊은 용기로 시작된 파동 2월 말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몸 안쪽에서 묘하게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는 날이 있다. 오늘은 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깨어나는 느낌으로 아침을 맞았다. 거울 앞에서 긴 머리를 묶으며, 어깨 라인을 따라 흐르는 곡선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억압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1960년의 학생들처럼, 나도 지금의 이 몸 그대로, 내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걸 더 크게 외치고 싶다고.1.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답답함의 밀도2월 28일민주운동 기념일을 떠올리면, 언제나 공기 자체가 가지고 있던 묘한 무게감이 먼저 떠오른다. 아침에 외투를 걸치고 밖에 나서면 목덜미를 스치는 찬 바람이 먼저 든 생각을 거칠게 털어놓게 한다. 바로 이럴 때, 나는 내 몸이 가진 생생한 온기를 더 강하게 느낀다. 어깨선 위로 흘러내리는 따뜻.. 2025. 12. 16.
2월 10일 문화유산 방재의 날 – 숭례문 앞에서 멈춘 마음 나는 불을 기억한다. 정확히는 불길 그 자체보다, 화면 너머에서 번지던 침묵을 기억한다. 2008년 겨울, 숭례문이 타들어가던 밤의 뉴스 장면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카메라는 붉은 불꽃을 확대했지만, 그 순간 내 안에서는 말이 사라졌다.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문 하나가 무너지는 장면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몸 어딘가가 함께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고, 문화유산이라는 단어를 교과서에서만 배웠다. 하지만 그 불길 앞에서 처음으로 알았다. 문화유산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걸. 그날 이후 나는 유난히 오래된 것들에 시선이 갔다. 낡은 기와의 곡선, 비에 닳은 돌계단, 손때가 남은 문살. 그 앞에 서면 이상하게 내 몸의 윤곽이 또렷해졌다... 2025. 12. 15.
2월 3일 한국수어의 날 – 손끝에서 시작되는 감각의 언어 아침 등교길 횡단보도 앞 전광판에서 수어 통역 화면을 본 날이었다. 빨간 불이 켜진 동안, 화면 속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고 표정은 또렷했다. 나는 무심코 거울처럼 유리창에 비친 내 몸을 바라보다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몸은 늘 먼저 반응한다. 긴 코트 아래로 이어지는 허리선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미세하게 변했고, 장갑을 벗은 손가락 끝은 차가운 공기와 부딪혀 감각을 깨웠다. 요즘 뉴스에서도, 공공기관 안내에서도 수어 통역이 자연스레 붙어 있다. ‘왜 지금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언어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닿지 못한다는 사실. 소리가 지배하던 공간에 손의 언어가 들어오면서, 우리는 뒤늦게 깨닫는다. 언어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읽는 것이라는 걸. 수어가 보인다는.. 2025. 12. 15.
12월 5일 자원봉사자의 날- 아침, 온도, 돌아오는 길 12월 5일, 자원봉사자의 날. 오늘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하루였다. 북유럽의 선 굵은 라인과 한국인의 부드러운 곡선이 함께 있는 내 몸은 가끔 감정보다 먼저 진실을 알아채곤 한다. 봉사 현장의 공기, 손끝에 닿은 따뜻함, 온몸에 스며든 긴장과 이완의 흐름… 오늘 나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단순히 착한 행동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전체가 반응하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아침 창가에 서서 겨울빛을 받는 순간부터 이상했다. 햇살은 차갑게 빛나는데, 내 안쪽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천천히 올라왔다. 그 온도는 들뜸이라기보다 결심에 가까웠다. ‘오늘은 나가야 한다’는 말이 머리로 정리되기 전에, 몸이 먼저 방향을 정해 버리는 느낌. 거울 속의 나는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아래 목선이 유난히 깔끔했고, 아이보리.. 202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