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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도시농업의 날, 텃밭은 힐링이 아니라 생존 연습이었다 스무 살의 나는 늘 바빴다. 강의실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알바로 뛰고,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냈다. 몸은 젊고 선명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허벅지와 균형 잡힌 골반, 스스로를 긍정하는 태도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과는 달리, 마음 한켠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늘 있었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물가 상승, 기후 위기, 식량 이야기들은 내 일상과 동떨어진 듯하면서도 묘하게 피부에 와 닿았다. 그러던 중 환경 동아리 과제로 시작한 ‘상자 텃밭’이 학교 옥상에 놓였다. 흙보다 SNS에 익숙한 세대인 내가 씨앗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엔 그저 예쁜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한 취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며 텃밭은 나에게 다른 얼굴을.. 2025. 12. 29.
4월 7일 보건의 날, 아프지 않아도 불안한 세대의 기록 4월 7일 보건의 날을 떠올리면, 나는 병원 대기실의 냄새보다 스마트폰 화면의 푸른 빛이 먼저 떠오른다. 스무 살이 되고 대학생이 된 이후, 몸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길게 뻗은 다리, 단단한 허벅지,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 특유의 안정적인 골반과 허리 라인. 거울 속의 나는 분명 ‘괜찮아 보이는 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늘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아프지 않은데도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순간들. 숨이 조금 가쁘면 심박수 앱을 켜고, 눈이 피곤하면 수면 시간 통계를 넘겨본다. 보건의 날은 원래 국민의 보건의식을 높이고, 보건의료와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 날은, 아프지 않아도 불안해하는 세대의 마음.. 2025. 12. 29.
4월 5일 식목일, 도시에 사는 우리는 어디에 나무를 심고 있을까 4월이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겨울 동안 숨겨두었던 피부가 햇빛을 기억해내는 순간, 괜히 어깨가 가볍고 마음이 들썩인다. 스무 살, 대학생이 된 나는 봄이 오면 옷차림부터 달라진다. 얇아진 옷감이 몸선을 따라 흐를 때, 거울 속의 나는 아직 어설프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달력 속 ‘4월 5일 식목일’은 조금 낯설고도 익숙한 기념일이다. 나무를 심는 날이라는 건 알지만, 실제로 삽을 들고 흙을 파본 기억은 흐릿하다. 식목일은 본래 나무심기 운동을 확산해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고 산림자원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그 시작은 멀리 조선 성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과 세자, 문무백관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갈며 한 해의 농사를 기원했던 날, 그리고 1910년 친경제에.. 2025. 12. 29.
4월 3일 4·3희생자 추념일 ― 교과서 밖에서 시작된 나의 첫 질문 스무 살이 되고 나서야 나는 내 몸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강의실로 가기 전 거울 앞에 서서 옷을 고르고, 어깨선과 허리선을 살피며 오늘의 나를 확인하는 순간들.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의 하루 한가운데, 달력 속 ‘4월 3일’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나를 붙잡았다. 4·3희생자 추념일. 분명 교과서에서 본 단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는 기억이 흐릿했고 감정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다르다. 숨 쉬고, 걷고, 내 몸의 감각을 또렷이 느끼는 지금의 내가 이 날짜를 다시 마주한다는 사실이 묘하게 무거웠다. 교과서 밖에서, 아주 개인적인 질문 하나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이름, 다시 마주한 순간 고등학생이었을 때의 나는 빠르게 지나갔다. 시험 범위에 포함된 사건명, 연도, 그리고.. 2025. 12. 29.
4월 1일 수산인의 날, 바다에서 식탁까지 이어진 하루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가운 날, 강의실로 가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묶다가 문득 바다가 떠올랐다. 스무 살이 된 나는 이제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리듬 속에 살고 있지만, 몸 어딘가에는 여전히 짠내와 파도의 기억이 남아 있다. 살짝 드러난 어깨와 허리선, 단단해진 다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몸이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새벽의 바다로 나갔기 때문이라는 걸. 4월 1일 수산인의 날은 달력 속 작은 글자지만, 그 하루는 결코 작지 않다. 수산업과 어촌의 가치를 알리고, 수산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되새기기 위해 만들어진 이 날은 내 일상과도 은근히 맞닿아 있다. 오늘은 바다에서 시작해 식탁에 닿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온몸으로 건너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천.. 2025. 12. 29.
3월 24일 결핵 예방의 날 ― 결핵은 과거형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건 스트레칭이다. 잠에서 덜 깬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묶는다. 쇄골과 어깨선이 드러나는 민소매를 입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오늘도 잘 살고 있다는 감각, 몸이 나와 잘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넘기던 기침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그날이 3월 24일, 결핵 예방의 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상하게도 ‘결핵’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게 느껴졌다. 우리는 결핵을 오래전 가난한 시절의 병, 흑백사진 속 이야기로 밀어두었다. 항생제가 있고 병원이 가깝고, 건강에 대해 말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의 일상에서는 이미 끝난 이야기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내 20살의 하루는 늘 빽빽하다. 강의실, 카페, 도서관, 대중교통... 2025.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