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너무 튄다”는 말은 칭찬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대개는 경고다. 같은 성과, 같은 행동이 어떤 조직에서는 빠른 승진의 신호가 되고, 다른 조직에서는 오래 버티기 어려운 위험 요소가 된다. 이 차이를 개인 성향이나 문화적 기질로 설명하면 이야기는 단순해지지만, 설명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일본과 한국을 나란히 놓고 보면, ‘튀는 사람의 생존 가능성’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보상·회복 경로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의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 글은 일본과 한국의 사회·조직 제도를 같은 분석 축 위에 올려, 어떤 행동이 제도적으로 안전해지는지를 설명한다.

1️⃣ 개인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집단 내 위치 vs 비교 가능한 성취 단위
일본 사회에서 개인은 독립된 성취 주체라기보다, 집단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조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인식은 교육 단계에서부터 구조적으로 학습된다. 일본의 학교 교육에는 교과 외 영역으로 특별활동(特別活動)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영역은 집단 생활, 역할 분담, 합의 형성, 의사결정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개인에게 ‘튀지 말라’는 도덕을 주입하기보다, 집단이 굴러가도록 만드는 기술을 습득시키는 장치에 가깝다. 이러한 교육 구조는 文部科学省의 학습지도요령 체계 안에 명시되어 있다.
한국 역시 공동체와 인성을 강조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상호 존중과 협력적 소통을 국가 차원의 목표로 설정하고, 학교 운영 전반에 이를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해당 제도는 교육부가 관할한다. 다만 실제 교육 경험은 성적, 순위, 비교라는 경쟁 트랙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 결과 개인은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길러지면서도, 동시에 다른 개인과 비교 가능한 성취 단위로 분리 인식된다. 같은 ‘공동체’라는 언어를 쓰더라도, 일본은 집단 운영 능력을 전제로 개인을 위치시키고, 한국은 성취의 가시화를 통해 개인을 분리해 인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2️⃣ 무엇이 안전한 행동이 되는가: 평균 유지형 평가 vs 차별화 유도형 평가
일본의 전통적 고용·평가 설계는 장기 고용과 내부 육성을 전제로 한다. 이 구조에서는 개인의 성과를 짧은 기간에 크게 분화시키기보다, 오랜 관찰과 조정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평균을 유지하며 큰 문제를 만들지 않는 행동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곧 안전한 선택이 된다. 튀는 성과는 즉각적인 보상 대상이기보다, 조직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되는 변수로 다뤄지기 쉽다. 최근 직무 중심 인사로의 전환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전통 설계와 전환 설계가 겹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일본의 중요한 특징이다.
한국의 평가 구조는 직무·역량 표준화와 성과 가시화가 결합된 형태가 강하다. 직무를 기준으로 능력을 정의하고, 성과를 비교 가능한 지표로 관리하려는 흐름이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여기에 상대평가와 등급화가 결합되면서 눈에 띄는 성과는 이동과 상승의 조건이 된다. 이 구조에서는 평균을 유지하는 것보다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행동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작동한다. 다만 그만큼 성과 변동의 리스크와 실패의 비용도 개인에게 직접 귀속되기 쉬운 설계라는 점이 함께 따른다.
3️⃣ 튀는 행동과 실패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흡수·조정 vs 노출·판단
일본 조직에서는 튀는 행동이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하나의 공개 사건으로 판단하기보다 인사 이동, 역할 조정, 평가 속도 조절을 통해 흡수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계약상 직무가 엄격히 고정되지 않은 설계에서는 이러한 조정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 튀는 사람은 즉각 배제되기보다,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위치가 바뀌며 조직 안에 남을 가능성이 열린다. 반대로 지나치게 튀는 성공 역시 장기적으로는 조직 내부의 부담 변수로 작동해 평균으로 되돌리는 압력을 받기도 한다.
한국 조직에서는 튀는 행동이 성과로 인정되거나 갈등으로 빠르게 가시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평가 결과와 성과 서열이 명확해질수록 판단은 빨라지고, 공개성도 높아진다. 이는 기회를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실패의 비용 역시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구조를 동반한다. 성공과 실패가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되는 환경에서 ‘튀는 전략’은 높은 기대와 높은 위험을 동시에 감수하는 선택이 된다. 이 차이는 어느 쪽이 더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튀는 사람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어떤 행동이 제도적으로 안전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다. 평균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구조에서는 튀는 사람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차별화를 요구하는 구조에서는 튀지 않는 사람이 정체되기 쉽다. 이 차이는 개인의 성향이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평가·보상·회복 경로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의 문제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속한 조직은 어떤 행동에 안정 프리미엄을 주고 있는가. 눈에 띄지 않는 지속성을 보상하는가, 아니면 눈에 띄는 차별화를 요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른 채 세운 개인 전략은, 애초에 다른 규칙의 게임판에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