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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왜 일본에는 불편하지만 유지되는 규칙이 많고, 한국에는 자주 바뀌는 규칙이 많을까

by JiwonDay 2026.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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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을 비교할 때 흔히 “느리다”, “빠르다” 같은 인상적 표현으로 설명되지만, 이 차이는 개인의 성향이나 문화적 기질보다는 제도가 처음부터 어떤 역할을 맡도록 설계되었는가에 더 가깝다. 일본의 행정 제도는 장기 지속을 전제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은 기본방침이나 기본계획 형태로 설정되며, 일단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을 정상 상태로 상정한다. 제도는 사회 구성원 간의 마찰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때문에 불편함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충분한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변경은 합의가 충분히 형성되었을 때만 선택되는 예외적 조치에 가깝다. 반면 한국의 제도는 처음부터 환경 변화와 문제 해결을 전제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제도는 운영 과정에서 점검되고, 실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조정 대상이 된다. 정책은 일정 주기마다 재검토되며, 사회적 요구나 사건을 계기로 수정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에서 제도는 고정된 틀이기보다는 상황에 대응하는 도구에 가깝다. 이 차이는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제도가 사회에서 맡고 있는 기능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차분한 공공 건물 앞에 선 인물과, 밝은 도시 불빛 속을 걷는 같은 인물이 나란히 배치된다. 한쪽은 정돈된 의상과 안정된 자세, 다른 쪽은 역동적인 포즈와 선명한 색감이 대비된다.

바꾸기 위한 비용은 어디에 놓여 있는가

제도 변경을 둘러싼 절차를 보면, 두 사회가 변경 비용을 어디에 배치했는지가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제도를 바꾸기 전에 많은 절차가 요구된다. 관계 부처 간의 조율, 심의회와 자문기구의 검토, 공청회와 의견 수렴 과정이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절차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제도를 유지하는 쪽에 기본값을 두기 위한 장치다. 기존 규칙을 바꿔야 한다면, 왜 그것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행정적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 자체가 제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내각부와 각 성청을 중심으로 한 일본 행정 시스템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제도 변경을 위한 수단이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행정지침 조정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제도를 수정할 수 있다. 행정부 주도의 정책 조정이 가능하도록 구조가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이 구조에서는 변경 자체보다 실행 가능성이 우선 고려된다. 일본이 변경 이전에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한국은 변경 이후에 그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하는 방식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두 사회는 같은 ‘변경’을 두고도 전혀 다른 위치에 비용을 배치하고 있다.

책임과 불편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제도를 유지하거나 바꾸는 선택에 어떤 책임이 붙는지도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일본에서는 기존 규칙을 따랐다는 사실이 중요한 면책 근거로 작동한다. 전례를 유지한 선택은 개인의 판단 부담을 줄이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은 조직이나 합의체로 분산된다. 이 구조에서는 제도를 바꾸지 않는 선택이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인식되기 쉽다. 불편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우선 개인의 적응이나 현장 운영의 문제로 처리되며, 제도 자체의 문제로 전환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불편을 감내하는 비용이 개인에게 이전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도를 바꾸지 않는 선택 역시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불편은 민원, 언론, 온라인 여론을 통해 빠르게 가시화되며,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면 제도 개선 요구로 이어진다. 정책 변경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정 부분 정당성으로 작동하는 구조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제도를 유지하는 선택은 때로 설명 책임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불편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머무르기 어렵고, 제도 차원의 문제로 빠르게 전환된다. 책임이 가시화되는 방식의 차이가 제도 변화 빈도의 차이로 이어진다.

위기는 흡수되는가, 변화의 계기가 되는가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도가 반응하는 방식에서도 구조적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한 채 운영 기준과 현장 관리 방식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는 위기를 흡수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변화는 최소한으로 제한된다. 이는 제도 자체의 연속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제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불편이나 위험을 관리하는 부담은 현장과 개인에게 남게 된다. 한국에서는 사건이 제도 변화의 정당한 계기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 이후 관련 법이나 제도가 빠르게 정비되고, 제도 개편이 재발 방지의 핵심 수단으로 선택된다. 위기는 제도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며, 변화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차이는 장기적으로 서로 다른 누적 효과를 만든다. 일본은 제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신 개인이 감내해야 할 적응 비용이 커지고, 한국은 대응 속도가 빠른 대신 잦은 변화로 인한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남는다. 우리는 제도를 통해 불편을 견디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불편을 신호로 삼아 끊임없이 조정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은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판단이 아니라, 제도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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