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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암 예방의 날, 검진과 예방은 다르다는 이야기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스며들 때, 나는 아직 잠기 덜 깬 몸으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다리를 늘어뜨린다. 스무 살, 대학 새내기라는 말은 가볍게 들리지만, 몸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강의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느끼는 허벅지의 단단함, 밤늦게 과제를 하다 보면 배 속에서 올라오는 묘한 긴장, 그리고 거울 앞에서 옷을 고를 때 마주하는 나 자신의 실루엣. 3월 21일 암 예방의 날은 이런 일상의 한가운데서 나를 멈춰 세운다.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 믿는 지금, 왜 굳이 ‘암 예방’이라는 단어를 꺼내야 할까. 이 날은 2006년 10월 27일 「암관리법」 개정을 통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암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예방·치료·관리 전반에 대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다. 국가가 굳이 날.. 2025. 12. 28.
3월 15일 3ㆍ15의거 기념일 - 그날, 거리에서 시작된 민주주의 봄기운이 막 올라오는 캠퍼스에서 나는 스무 살의 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얇은 니트가 어깨선을 따라 흐르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다리 근육이 탄탄하게 반응한다. 거울 속 내 몸은 아직 미완성 같지만, 그래서 더 솔직하다. 새내기 특유의 어색함과 과감함이 동시에 깃든 몸. 강의실로 가는 길, 달력 앱 알림이 잠깐 뜬다. 3월 15일, 3ㆍ15의거 기념일. 순간 숨이 멎듯 멈춘다. 투표권도, 발언도 너무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처럼 살아왔는데, 그 자연스러움이 사실은 누군가의 상처 위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교과서에선 늘 단정했지만, 현실 속에서는 땀과 체온,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상태였을 것이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내 몸의 감각을 느낀다. 숨, 맥박, 긴 다리의 균형.. 2025. 12. 28.
3월 11일 흙의 날, 지구의 피부를 돌아보는 날 나는 가끔 맨발로 흙 위에 서 본다. 도시의 바닥은 늘 차갑고 매끈한데, 흙은 다르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와 미세한 요철, 숨 쉬듯 미묘하게 변하는 감촉이 몸을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깨운다. 3월 11일, 흙의 날은 그런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날이다. 우리는 흔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환경을 말하고, 바다를 떠올리며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매일 밟고 서 있는 흙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잊는다. 흙은 지구의 피부다. 피부가 상처 입으면 몸 전체가 아프듯, 토양이 망가지면 생태와 인간의 삶도 함께 흔들린다. 이 날은 거창한 선언보다, 나의 몸과 흙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솔직하게 느껴보는 시간에 가깝다. 흙 위에 앉아 치마 자락이 조금 더러워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내가 자연의 .. 2025. 12. 17.
3월 8일 3·8민주의거 기념일 — 거리에서 시작된 깨어남 3월 8일은 대전의 거리에서, 아직 학생이었던 젊은 몸들이 세상을 향해 스스로의 떨림을 드러낸 날이다. 스무 살인 나 역시 그 마음을 따라가 보면, 역사의 공기가 피부에 닿는 것처럼 아득하게 흔들린다. 이 글은 그 흔들림을 오늘의 나로 다시 느끼며 쓴 기록이다. 1. 시대의 공기와 내 몸의 감각1960년의 대전은 마치 숨을 오래 참은 도시 같았다고 한다. 부정선거 소문이 덩어리처럼 쌓이고, 학교 복도에서도 정치의 냄새가 묻어났다. 나는 그 시절을 살진 않았지만, 요즘 같은 봄바람 속에 가끔 내 피부가 먼저 반응할 때가 있다. 억눌림을 감지하는 몸의 예민함, 그런 게 있다는 걸 스무 살의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때의 학생들도 그랬을까. 옷깃을 스치던 바람 하나에도 ‘이건 아니야’라는 감정이 번졌을지도 모.. 2025. 12. 17.
3월 8일 여성의 날, 내 몸과 역사 사이에서 나는 내 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깨를 펴고 숨을 들이마시면, 흉곽이 열리며 심장이 조금 더 크게 뛴다. 이 단순한 감각이 때로는 나를 설명한다. 3월 8일, 여성의 날은 내게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몸의 기억처럼 다가온다. 손끝에 남은 온기, 길을 걸을 때 느끼는 시선, 목소리를 낼 때 생기는 떨림까지—이 모든 것이 역사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은 조금 더 또렷이 느낀다.여성의 날은 하루의 축제가 아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인권,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그날의 호흡이 시간을 건너 오늘의 나에게 닿아 있다. 그 요구는 하루짜리 분노가 아니었고, 축적된 필요였다. 1910년 클라라 체트킨이 국제적인 기념일을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 2025. 12. 17.
3월 3일 국립공원의 날, 풍경 속에서 발견한 책임 너무 바쁜 하루들 사이에서 문득, 내 몸이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던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잠깐의 틈을 주려고 국립공원을 찾았고, 그때 느꼈다. 숲의 숨결은 내 체온과 닿을 때 더 선명해진다는 걸. 이 글은 그런 내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3월 3일 국립공원의 날이다.1. 자연의 이름을 처음으로 불렀던 날 – 국립공원의 날의 의미3월 3일 국립공원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조용히 되묻는 날이다. 국가가 자연을 ‘보호해야 할 자산’으로 처음 지정한 건 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이 된 순간부터다. 그리고 2020년 6월 9일, 자연공원법 개정과 함께 매년 3월 3일이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2025.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