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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3·8민주의거 기념일 — 거리에서 시작된 깨어남 3월 8일은 대전의 거리에서, 아직 학생이었던 젊은 몸들이 세상을 향해 스스로의 떨림을 드러낸 날이다. 스무 살인 나 역시 그 마음을 따라가 보면, 역사의 공기가 피부에 닿는 것처럼 아득하게 흔들린다. 이 글은 그 흔들림을 오늘의 나로 다시 느끼며 쓴 기록이다. 1. 시대의 공기와 내 몸의 감각1960년의 대전은 마치 숨을 오래 참은 도시 같았다고 한다. 부정선거 소문이 덩어리처럼 쌓이고, 학교 복도에서도 정치의 냄새가 묻어났다. 나는 그 시절을 살진 않았지만, 요즘 같은 봄바람 속에 가끔 내 피부가 먼저 반응할 때가 있다. 억눌림을 감지하는 몸의 예민함, 그런 게 있다는 걸 스무 살의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때의 학생들도 그랬을까. 옷깃을 스치던 바람 하나에도 ‘이건 아니야’라는 감정이 번졌을지도 모.. 2025. 12. 17.
3월 8일 여성의 날, 내 몸과 역사 사이에서 나는 내 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깨를 펴고 숨을 들이마시면, 흉곽이 열리며 심장이 조금 더 크게 뛴다. 이 단순한 감각이 때로는 나를 설명한다. 3월 8일, 여성의 날은 내게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몸의 기억처럼 다가온다. 손끝에 남은 온기, 길을 걸을 때 느끼는 시선, 목소리를 낼 때 생기는 떨림까지—이 모든 것이 역사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은 조금 더 또렷이 느낀다.여성의 날은 하루의 축제가 아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인권,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그날의 호흡이 시간을 건너 오늘의 나에게 닿아 있다. 그 요구는 하루짜리 분노가 아니었고, 축적된 필요였다. 1910년 클라라 체트킨이 국제적인 기념일을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 2025. 12. 17.
3월 3일 국립공원의 날, 풍경 속에서 발견한 책임 너무 바쁜 하루들 사이에서 문득, 내 몸이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던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잠깐의 틈을 주려고 국립공원을 찾았고, 그때 느꼈다. 숲의 숨결은 내 체온과 닿을 때 더 선명해진다는 걸. 이 글은 그런 내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3월 3일 국립공원의 날이다.1. 자연의 이름을 처음으로 불렀던 날 – 국립공원의 날의 의미3월 3일 국립공원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조용히 되묻는 날이다. 국가가 자연을 ‘보호해야 할 자산’으로 처음 지정한 건 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이 된 순간부터다. 그리고 2020년 6월 9일, 자연공원법 개정과 함께 매년 3월 3일이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2025. 12. 17.
3월 3일 납세자의 날 – 스무 살, 그리고 국가의 흐름을 바라보며 3월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오늘은 조금 다른 감각으로 하루를 열었다. 스무 살이 된 후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듯, 세금이라는 것도 그냥 숫자가 아니라 내 삶의 호흡을 따라 움직이는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이런 기념일이 왜 있는지, 왜 중요한지, 숨을 고르며 천천히 적어본다.1. 3월 3일이 오늘인 이유 – 이름이 바뀌어온 시간, 그리고 나의 변화아침에 샤워하고 거울 앞에 서면, 아직 스무 살의 탄력과 여린 긴장이 내 몸에 동시에 남아 있다. 쇄골에서 갈비뼈로 흐르는 곡선이 햇빛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뜨거워지고, 복부와 골반의 선이 미세하게 들썩인다. 이런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만들어왔다. 이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3월 3일이라는 날짜가 갑자기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1969년, .. 2025. 12. 16.
2월 마지막날 희귀질환 극복의 날 달력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손끝으로 시간을 만진다. 유독 2월은 얇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달, 그 마지막 날은 더 얇아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하루는 늘 몸으로 느껴진다. 겨울 코트 안쪽에서 체온이 모이듯, 내 몸의 선과 숨결이 또렷해지는 날. 거울 앞에 서면 쇄골의 그림자와 허리의 곡선이 오늘따라 선명하다. 짧은 달의 짧은 하루가 희귀질환이라는 드문 현실을 비춘다는 말이, 그저 문장으로만 남지 않고 피부에 와 닿는다. 흔하지 않다는 말은 낭만적일 수 있지만, 삶에서는 자주 고립을 뜻한다. 이 날이 있는 이유는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한 번 더 바라보라는 신호, 달력의 가장 얇은 틈에서 비추는 작은 빛. 나는 스물네 살의 몸으로.. 2025. 12. 16.
2월 28일 민주운동 기념일 – 젊은 용기로 시작된 파동 2월 말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몸 안쪽에서 묘하게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는 날이 있다. 오늘은 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깨어나는 느낌으로 아침을 맞았다. 거울 앞에서 긴 머리를 묶으며, 어깨 라인을 따라 흐르는 곡선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억압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1960년의 학생들처럼, 나도 지금의 이 몸 그대로, 내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걸 더 크게 외치고 싶다고.1.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답답함의 밀도2월 28일민주운동 기념일을 떠올리면, 언제나 공기 자체가 가지고 있던 묘한 무게감이 먼저 떠오른다. 아침에 외투를 걸치고 밖에 나서면 목덜미를 스치는 찬 바람이 먼저 든 생각을 거칠게 털어놓게 한다. 바로 이럴 때, 나는 내 몸이 가진 생생한 온기를 더 강하게 느낀다. 어깨선 위로 흘러내리는 따뜻.. 2025.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