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의 조직에서 회의는 모두 일상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비슷해 보이는 회의 풍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피로의 성격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회의에서 이미 정해진 이야기를 다시 확인한다”는 인상이 종종 언급되고, 한국에서는 “회의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책임이 고정된다”는 긴장이 반복된다. 이 차이는 회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회의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서로 다르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회의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며, 각 사회가 결정을 어디에서 만들어내도록 제도와 절차를 배치했는지가 회의의 성격을 규정한다. 이 글은 일본과 한국에서 회의가 ‘결정의 장소’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정당화와 기록의 장소’로 기능하는지를 제도 구조의 관점에서 비교한다.

결정은 회의 전에 끝나는가, 회의에서 끝나는가
일본의 조직과 공공영역에서는 의사결정이 공식 회의 이전에 상당 부분 정리되는 구조가 관찰된다. 대표적인 관행으로는 根回し(ねまわし)가 있다. 이는 공식 안건으로 상정되기 전에 이해관계자들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여 반대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의 윤곽을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에 稟議(りんぎ)·稟議書(りんぎしょ)라는 문서 회람 결재 절차가 결합되면, 결정은 회의장에서 토론을 통해 만들어지기보다 문서 흐름 속에서 점진적으로 확정된다. 공공영역에서도 심의회(審議会)나 검토회(検討会)는 이미 형성된 안을 사회적으로 설명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회의는 ‘결정의 순간’이라기보다 ‘결정의 공개’에 가까워진다.
반면 한국의 공공영역에서는 특정 범주의 회의에 대해 회의록 작성이 법령과 지침으로 명확히 요구된다. 회의는 단순한 토론의 장이 아니라, 결론이 기록으로 남고 이후 행정적·법적 검증의 기준점이 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결정이 회의 이전에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더라도, 공식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남았는지가 중요해진다. 결과적으로 회의는 의사결정의 실질적 종착점이 되기 쉽고, 회의에서의 발언과 합의가 곧 책임의 고정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일본이 ‘회의 이전’에 결정을 흡수하는 구조라면, 한국은 ‘회의 자체’에 결정을 집약하는 구조에 가깝다.
기록과 책임은 회의를 어떻게 바꾸는가
회의의 성격을 가장 강하게 규정하는 요소는 기록이다. 일본의 공공영역에서는 회의 또는 의사록(議事録), 혹은 요지(議事要旨)를 공개하는 원칙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에서 회의 기록은 사후 처벌의 도구라기보다, 외부에 설명 가능한 합의의 흔적을 남기는 기능을 한다. 회의에서의 발언은 개인의 책임을 고정하기보다는, 조직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재료가 된다. 기업 관행에서도 稟議書를 통해 결재가 분산되면서 책임은 특정 발언이나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보다 절차 전체에 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의 경우 회의록은 공공기록물 관리 체계 속에서 생산·등록·보존되며, 정보공개 제도와 연결된다. 이는 회의가 단지 내부 합의의 장을 넘어, 외부 검증 가능성을 전제한 행정 행위임을 의미한다. 회의에서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 어떤 결론이 공식적으로 남았는지는 이후 감사나 분쟁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회의는 기록을 전제로 한 책임 배분의 장으로 작동하며, 발언은 곧 개인의 입장 표명이 된다. 이 차이로 인해 일본의 회의 기록이 ‘설명 가능성’을 강조한다면, 한국의 회의 기록은 ‘책임 명확성’을 더 강하게 호출하는 구조를 가진다.
회의 이후에도 결정은 움직이는가
결정의 고정성 역시 회의 구조의 차이를 드러낸다. 일본에서는 회의가 확인과 정리의 성격을 가질수록, 회의 이후에도 세부 조정이 문서 흐름이나 추가 협의를 통해 이루어질 여지가 남는다. 이는 결정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결정이 하나의 순간에 고정되기보다 과정으로 관리된다는 의미에 가깝다. 반면 한국에서는 회의 결론이 회의록으로 확정되는 순간, 그 결정을 번복하는 행위가 절차적 정당성 논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회의는 종종 ‘여기서 끝내야 하는 지점’이 되며, 이후의 수정은 새로운 회의를 요구하거나 추가적인 책임 설명을 필요로 한다.
이 차이는 회의에서 갈등이 드러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는 반대와 조정이 회의 이전 단계로 이동하면서 회의 장면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회의가 결정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회의 장면에서 직접 표출되기 쉽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쪽은 결정의 비가시성을, 다른 한쪽은 결정의 가시성과 책임 집중을 감수하는 구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회의의 모습은 결국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다.
회의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종종 회의 운영 방식이나 참석자의 태도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비교는 회의의 성격이 개인의 역량보다 제도 설계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정이 회의 이전에 흡수되는 구조에서는 회의가 설명과 확인의 장소가 되고, 결정이 회의에 집약되는 구조에서는 회의가 책임과 긴장의 중심이 된다. 당신이 속한 조직의 회의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회의에서 말하지 않으면 결정되지 않는 구조인지, 이미 결정된 것을 확인하는 구조인지에 따라, 회의에서 느끼는 피로의 원인도 달라진다. 회의가 문제처럼 보일 때, 질문은 회의가 아니라 결정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