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현장에서 마주치는 친절은 늘 개인의 태도처럼 보인다. 말투가 부드럽다거나, 표정이 밝다거나, 요구에 즉각 반응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친절은 흔히 성격이나 마음가짐의 문제로 환원된다. 그러나 같은 서비스를 두고 일본과 한국에서 체감되는 친절의 온도가 다른 이유를 개인의 성향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글은 친절을 미덕이나 문화가 아니라, 제도와 조직이 어떻게 설계했는가의 문제로 다룬다.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친절을 유지하는 비용과 책임을 누가 부담하도록 만들어 두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일본과 한국의 서비스 친절은 전혀 다른 구조로 드러난다.

업무 안에 들어온 친절과 평가 밖에 놓인 친절
일본에서 서비스 친절은 업무 설계 단계에서 이미 포함된 표준 행위로 취급된다. 접객과 응대를 뜻하는 ‘접우(接遇)’는 교육 과정과 매뉴얼의 중심에 놓인다. 말투, 동작, 고객과의 거리, 응대 순서까지 세밀하게 규격화되며, 친절은 잘하면 가산점이 되는 요소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업무 미이행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된다. 이 구조에서는 개인의 감정이 앞에 나서기보다, 정해진 절차가 먼저 작동한다. 불친절이 발생해도 개인의 인성보다 교육과 매뉴얼, 현장 배치의 문제로 환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한국에서 친절은 기본 업무와 분리된 성과 요소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는 처리했지만 친절했는지 여부가 별도의 평가 항목으로 따라붙는다. 고객 만족도, 민원 건수, 후기 점수는 개인의 인사 평가와 직접 연결되며, 친절은 결과의 품질을 가르는 지표가 된다. 이 구조에서는 친절이 업무 내부의 표준이 아니라, 업무 외부에서 개인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친절의 강도와 톤은 매뉴얼보다 개인의 판단과 감정 조절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된다.
이 출발점의 차이는 친절을 둘러싼 책임의 방향을 바꾼다. 일본에서는 친절이 조직이 관리해야 할 업무 비용으로 흡수되고, 한국에서는 친절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성과 리스크로 귀속된다. 같은 행동을 요구받더라도, 누가 부담하는지가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축적되는 피로의 성격 역시 달라진다.
평가와 사과가 흘러가는 경로의 차이
친절이 평가되는 경로는 현장의 압력을 결정한다. 일본의 경우 평가는 주로 조직 내부에서 순환한다. 상급자의 관찰, 교육 이수 여부, 매뉴얼 준수도가 기본 축을 이룬다. 고객 평가는 참고 자료로 활용되지만, 개별 직원에게 즉각적인 징계나 보상으로 직결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불만이 발생하면 현장 직원이 앞에 서지만, 책임은 관리자와 조직이 뒤에서 흡수한다. 사과 역시 개인의 태도 문제로 수렴되기보다 조직 명의로 이루어지고, 이후에는 재발 방지 보고와 절차 수정이 뒤따른다.
한국에서는 평가의 화살이 고객에서 개인으로 곧장 날아온다. 고객 만족도와 민원은 개인의 실명과 결합되어 기록되고, 짧은 시간 안에 인사 조치의 근거가 된다. 이 구조에서 사과는 개인의 말투와 표정부터 검증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조직 차원의 사과와 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개인 책임 정리가 선행되고 구조 논의는 후순위로 밀린다. 평가와 사과가 직선으로 연결될수록, 현장 직원은 완충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압력을 받는다.
이 차이는 감정 노동 보호의 작동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법보다 관리자 개입과 운영 관행이 실질적인 보호 수단으로 기능한다. 문제가 생기면 관리자가 전면에 나서고, 고객을 분리하거나 직원을 교체하는 조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운영은 후생노동성의 행정 지침과 결합되어 현장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 한국은 고객응대근로자 보호를 법으로 명문화했지만, 보호를 사용하는 순간 민원 확대와 평가 불이익을 우려해야 하는 구조가 남아 있다. 보호가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쓰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친절의 비용이 남기는 흔적과 독자의 위치 이동
친절을 유지하는 비용이 어디에 배치되는지는 서비스의 장기적 성격을 결정한다. 일본의 구조에서는 조직이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표준을 유지하고, 개인의 감정 개입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서비스는 차분하고 예측 가능해지지만, 개인 표현의 여지는 줄어든다.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는 평가도 이 구조의 다른 얼굴이다. 한국의 구조에서는 개인이 유연하게 대응하며 즉각적인 만족을 만들어낸다. 서비스는 상황에 강하지만, 감정 노동의 밀도와 소모가 높아진다. 이 또한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열을 가리는 일이 아니다. 같은 친절이 서로 다른 비용 분담 방식을 통해 다른 사회적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구조 안에서 독자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 날은 고객으로서 친절을 요구하고, 어느 날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친절을 수행하며, 또 다른 날에는 민원을 제기하는 위치에 선다. 역할이 바뀔 때마다 같은 제도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친절을 성격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우리는 늘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에 머문다. 그러나 친절을 설계의 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질문의 방향이 달라진다. 지금 이 친절은 누구의 비용으로 유지되고 있는가. 내가 요구하는 친절은 어느 위치의 누군가에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남긴 채 글을 마무리한다. 답을 정하는 것은 제도의 몫이 아니라, 그 구조를 사용하는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