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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대해, 봉사활동 하루가 남긴 질문 4월의 햇살은 언제나 과감하다. 캠퍼스의 계단 난간을 타고 내려오는 빛이 다리선을 길게 드러내는 오후, 나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짧은 재킷과 가벼운 원피스를 입고 봉사활동 장소로 향했다.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고르고, 립을 한 번 더 바르는 사소한 준비가 왠지 나를 보호해 주는 갑옷처럼 느껴지던 스무 살의 봄이었다. ‘도움 주러 간다’는 마음은 분명 선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알 수 없는 긴장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장애인 관련 봉사활동이라는 단어는 늘 교과서적 문장으로만 다가왔고, 현실의 결은 상상 속보다 훨씬 거칠다는 사실을 나는 아직 몰랐다. 현장에서 마주한 얼굴들은 나의 예상을 비틀었다. 웃음이 먼저 나오기도 했고, 침묵이 길어지기도 했다. 어떤 순간에는 내 몸의 움직임 하나, 시선의 높이 하나.. 2025. 12. 30.
4월 16일 국민 안전의 날,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는 말의 무게 스무 살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다. 몸은 하루아침에 어른이 되지 않지만, 책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몸 위에 내려앉는다.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아침 햇살 속에서 나는 내 그림자를 확인한다. 길고 곧게 뻗은 다리, 단단한 허벅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고요히 확장되는 가슴의 리듬. 이 몸으로 세상을 걷는다는 건 자유이자 위험이다. 그래서 4월 16일은 달력 속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색, 그날 이후 우리가 배워야 했던 질문들이 내 일상에 스며든다. 수업 사이 휴대폰 알림을 확인하며 멈칫하던 기억, 뉴스의 자막이 교실의 소음을 밀어내던 순간, “괜찮다”는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 깨닫던 밤. 국민 안전의 날은 추모로 시작했지만, 나에게는 몸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안전은 규칙이 아니라 .. 2025. 12. 30.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 캠퍼스에서 처음 제대로 마주한 이름 스무 살이 되자, 하루의 리듬이 바뀌었다. 아침마다 옷장을 열고 오늘의 나를 고르는 시간, 강의실로 향하는 계단에서 느껴지는 허벅지의 힘과 균형, 유리창에 비친 몸선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순간들. 몸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고, 마음은 아직도 새로 배울 게 많다. 그런 날이었다. 교양수업 과제로 ‘기념일’을 조사하라는 공지가 떴고, 무심코 클릭한 주제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시험지에서 스쳐 지나간 그 이름. 연도와 장소를 외우던 기억만 남아 있던 그 단어가, 이번에는 노트북 화면을 넘어 내 하루로 들어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의자를 당겨 앉아 자세를 고쳤다.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내가 이해하고 싶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글자를 따라가며 숨.. 2025. 12. 29.
4월 11일 도시농업의 날, 텃밭은 힐링이 아니라 생존 연습이었다 스무 살의 나는 늘 바빴다. 강의실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알바로 뛰고,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냈다. 몸은 젊고 선명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허벅지와 균형 잡힌 골반, 스스로를 긍정하는 태도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과는 달리, 마음 한켠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늘 있었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물가 상승, 기후 위기, 식량 이야기들은 내 일상과 동떨어진 듯하면서도 묘하게 피부에 와 닿았다. 그러던 중 환경 동아리 과제로 시작한 ‘상자 텃밭’이 학교 옥상에 놓였다. 흙보다 SNS에 익숙한 세대인 내가 씨앗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엔 그저 예쁜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한 취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며 텃밭은 나에게 다른 얼굴을.. 2025. 12. 29.
4월 7일 보건의 날, 아프지 않아도 불안한 세대의 기록 4월 7일 보건의 날을 떠올리면, 나는 병원 대기실의 냄새보다 스마트폰 화면의 푸른 빛이 먼저 떠오른다. 스무 살이 되고 대학생이 된 이후, 몸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길게 뻗은 다리, 단단한 허벅지,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 특유의 안정적인 골반과 허리 라인. 거울 속의 나는 분명 ‘괜찮아 보이는 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늘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아프지 않은데도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순간들. 숨이 조금 가쁘면 심박수 앱을 켜고, 눈이 피곤하면 수면 시간 통계를 넘겨본다. 보건의 날은 원래 국민의 보건의식을 높이고, 보건의료와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 날은, 아프지 않아도 불안해하는 세대의 마음.. 2025. 12. 29.
4월 5일 식목일, 도시에 사는 우리는 어디에 나무를 심고 있을까 4월이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겨울 동안 숨겨두었던 피부가 햇빛을 기억해내는 순간, 괜히 어깨가 가볍고 마음이 들썩인다. 스무 살, 대학생이 된 나는 봄이 오면 옷차림부터 달라진다. 얇아진 옷감이 몸선을 따라 흐를 때, 거울 속의 나는 아직 어설프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달력 속 ‘4월 5일 식목일’은 조금 낯설고도 익숙한 기념일이다. 나무를 심는 날이라는 건 알지만, 실제로 삽을 들고 흙을 파본 기억은 흐릿하다. 식목일은 본래 나무심기 운동을 확산해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고 산림자원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그 시작은 멀리 조선 성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과 세자, 문무백관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갈며 한 해의 농사를 기원했던 날, 그리고 1910년 친경제에.. 2025.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