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 보이지 않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이 먼저 가는 건 늘 휴대폰이다. 알람을 끄고, 화면을 켜고, 무의식적으로 와이파이 표시를 확인한다. 파란 아이콘이 떠 있으면 마음이 느슨해진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그 표시가 사라질 때가 있다. 데이터도 느리고, 페이지는 열리지 않고, 메시지는 보내지지 않는다. 그때 느끼는 묘한 불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든다.이상하다. 전기는 여전히 들어오고, 나는 침대에 있고, 몸도 멀쩡한데. 연결이 끊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의 리듬이 흔들린다. 그 순간 깨닫는다. 내가 얼마나 많은 기술 위에 서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너무 자연스럽게 내 일상에 녹아 있는지.20살, 대학생. 강의실로 향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2025. 12. 31.
4월 19일 4ㆍ19혁명기념일, 캠퍼스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하다
봄은 늘 내 몸부터 먼저 깨어나게 만든다. 얇아진 옷감이 피부에 닿을 때의 감각,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바람이 허리선을 스치며 지나갈 때의 미묘한 긴장감, 그리고 그 모든 감각 위에 얹히는 스무 살의 자의식. 나는 지금 이곳에 있고, 살아 있고,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다. 강의실로 향하는 길,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4월 19일 4ㆍ19혁명기념일’. 솔직히 말하면 그 전까지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너무 크고 딱딱해서, 내 일상과는 어딘가 분리된 개념처럼 느껴졌다. 시험 범위에 포함되면 외웠고, 뉴스에서 나오면 흘려들었다. 취업 걱정, 성적 관리, 오늘 입을 옷을 고르는 일 같은 훨씬 더 급한 문제들이 늘 앞에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햇빛에 바랜 포스터 앞에서..
2025.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