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은 방위산업의 날이다.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의2에 따라 지정된 법정기념일로,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방산 종사자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다. 방위산업은 무기체계의 개발과 생산, 유지와 개선을 포함해 국가 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으로 분류된다. 국가가 이 산업을 기념일로 지정했다는 사실은, 방위산업을 단순한 산업 영역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날짜 역시 우연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이 처음 출전한 날을 기준으로 삼아, 과거의 방어 기술과 현재의 방위산업을 하나의 시간선 위에 놓았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축적되어 온 기술과 판단의 연속성을 함께 기억하자는 의도다. 이 날에는 기념식이 열리고,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한 종사자들에게 포상이 주어지며, 관련 홍보와 행사가 이어진다. 제도와 취지는 명확하고, 방위산업이 중요하다는 설명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날짜를 마주하는 나의 감정은 늘 일정하지 않다. 국가가 만든 기념일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태도가 내 몸과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요하다는 인식은 머릿속에 분명히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인식이 감각이나 감정으로 번역되지 않는 순간이 반복된다. 방위산업의 날은 그렇게, 분명한 의미와 흐릿한 체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날짜로 내 앞에 놓인다.

몸과 일상
아침에 옷을 고르며 한동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창밖의 밝기를 가늠하며 소매를 잡아당기고, 거울 앞에서 어깨를 한 번 펴 보았다가 다시 힘을 뺀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바닥의 감촉이 생각보다 또렷하고, 체중이 어느 쪽으로 실리는지도 느껴진다. 숨을 들이마실 때 흉곽이 조금 넓어지고, 내쉴 때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이런 감각들은 분명하고 구체적인데, 7월 8일 방위산업의 날이라는 사실은 이 감각들 사이에 쉽게 끼어들지 못한다.
하루를 시작하며 몸은 늘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움직이고, 멈추고, 균형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오늘이 어떤 날인지보다 지금의 몸 상태가 더 먼저 인식된다. 이동하는 길에서 마주치는 또래들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속도로 걷고,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날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하루는 문제없이 흘러간다. 방위산업의 날이라는 이름을 인식하지 않아도, 일상의 리듬은 흔들리지 않는다.
나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다. 방위산업이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내 몸은 그 중요함에 맞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리에 실리는 체중, 숨의 리듬, 잠시 멈춰 섰을 때의 균형 같은 감각들이 먼저 다가온다. 국가를 지탱하는 산업의 의미와 지금 여기 있는 내 신체의 감각은 서로 다른 층위에 놓여 있다. 그 분리감을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동시에 너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이 날짜 앞에서의 나는, 이해하려는 태도와 무심한 몸 사이에 서 있다.
사회와 기억
방위산업이라는 말은 늘 사회의 바깥에서 들려왔다. 생활과 맞닿아 있다기보다, 제도와 체계 속에 고정된 단어처럼 느껴졌다. 국방력, 기술 자립, 전략 산업 같은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지만, 그 말들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산업화 이후 국가가 커지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방위산업은 점점 더 전문화되고 분절된 영역이 되었다. 생산과 연구, 시험과 운용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그 과정은 일상의 감각과 분리된 채 관리된다.
시간의 층위를 따라가 보면 이 거리감은 더 분명해진다. 과거에는 거북선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기억되는 방위의 기술이 있었고, 그 기억은 역사적 사건과 함께 남아 있다. 현재의 방위산업은 훨씬 정교해졌지만, 그만큼 보이지 않게 되었다. 미래의 안보 환경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반복되지만, 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쉽게 실감되지 않는다. 과거·현재·미래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설명은 이해되지만, 그 시간의 겹침이 지금의 감각으로 내려오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하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중요성이 오늘의 태도나 감정을 바꾸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는 분명히 무게가 있는데, 개인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방위산업은 그렇게, 모두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누구의 일상에도 깊게 스며들지 않은 채 존재하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기록과 미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이 날짜를 붙잡고 글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방위산업의 날을 지나쳐도 내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정은 그대로이고, 생활의 리듬도 유지된다. 그렇다면 굳이 이 날을 의식하며 멈춰 설 이유가 있을까. 아마도 그 질문 자체가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 평온함이 이미 어떤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은 비교적 안정된 환경 위에서 굴러가고 있고, 그 안정은 나의 선택과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방위산업 역시 그런 기반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산업의 무게와 책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끌어안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의 나는 그 가치에 공감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해하려는 마음과 실감하지 못하는 몸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는, 이 나이의 이 위치에 서 있는 사람에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은 방위산업의 의미를 정리하거나 어떤 태도를 선언하기 위해 쓰인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의미 앞에서 쉽게 정렬되지 않는 나의 상태를 그대로 남기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으로는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들,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감각. 방위산업의 날이라는 날짜는 그런 나의 미완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이 글이 남기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서 있었던 자리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