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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6·10민주항쟁기념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나

by JiwonDay 2026.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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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은 6·10민주항쟁기념일이다. 달력 속에서는 여름의 문턱에 놓인 날짜이고, 대학 생활의 리듬 안에서는 중간고사를 지나 조금 느슨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 날은 1987년 「4·13호헌조치」가 발표된 이후, 같은 해 6월 10일을 정점으로 약 스무 날 넘게 전국 곳곳으로 확산된 민주화운동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거리에는 학생뿐 아니라 회사원, 상인,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시민들이 함께 나섰고, 그 움직임은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라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항쟁을 기념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감내되었던 선택과 희생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7년 5월 2일 ‘6·10민주항쟁기념일’은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이 사실들은 낯설지 않다. 학교에서 여러 번 배웠고, 시험 문제로도 접했고, 기념일이 다가오면 뉴스 특집으로 반복해서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이 언제나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민주주의는 너무 중요해서, 오히려 일상 속에서는 쉽게 평면화된다. 모두가 알고 있다는 전제 속에서, 감정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다. 나에게 6월 10일은 축하와 애도의 정확한 위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직접 살아보지 않은 시간의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드러내는 날이다. 이 기념일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의 시간이 겹쳐지는 지점처럼 느껴진다.

 

 

몸과 일상에서 시작되는 민주주의의 인식

아침에 집을 나서 학교로 향하는 길은 늘 비슷하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약간 피곤해 보이고, 몸에 잘 맞는 옷이 오늘 하루의 분위기를 대신 말해준다. 계단을 오를 때 다리에 실리는 힘, 가방 끈이 어깨에 닿는 감각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선명하다. 그 와중에 누군가의 시선이 스쳐 지나간다. 오래 머무르지 않는 시선이지만, 나는 그 존재를 인식한다. 불쾌하다고 단정하지도, 아무 일 없었다고 넘기지도 않은 채로 그 시선을 지나친다. 지금 이 나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시선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감각해질 필요도 없는 상태. 캠퍼스에 도착하면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더 멀어진다. 친구들은 각자의 현실적인 고민에 집중한다. 과제 마감, 등록금, 아르바이트 일정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오늘이 무슨 날이더라”라는 말이 잠깐 나오더라도, 대화는 곧 다른 주제로 흘러간다. 6·10민주항쟁기념일은 그렇게 일상 밖에 놓인다. 거리에서 최루탄을 피해 달리던 사람들의 몸과, 강의실 의자에 앉아 있는 우리의 몸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있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머리로 이해하는 개념에 가깝고, 몸의 감각과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나는 그 간극을 억지로 메우려 하지 않는다. 아직은 개인의 일상과 기념일의 사회적 의미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 더 솔직하게 느껴진다.

기념일의 의미와 사회 변화 속의 거리감

6·10민주항쟁기념일이 담고 있는 핵심 가치는 시민의 힘이다. 특정한 영웅이 아니라, 이름 없이 거리로 나선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이 사회를 움직였다는 사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를 거치면서 이 기념일의 의미는 점점 추상화되었다. 민주주의는 이미 ‘완성된 제도’처럼 설명되고, 기념일은 공식 행사와 기념사로 정리된다. 학창 시절의 나는 이 날을 시험에 나오는 사건으로만 기억했다. 몇 년도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외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한다. 권력이 한쪽으로 쏠릴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제도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감정은 여전히 단순하지 않다. SNS에 올라온 기념일 관련 게시물을 무심코 넘기다가도, 가족 단톡방에 공유된 기사 하나에 잠시 멈춘다. 과거의 열기, 현재의 무심함,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한 문단 안에서 겹쳐진다. 이해는 분명 늘었지만, 그 이해가 곧바로 행동이나 확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어정쩡한 위치가 어쩌면 지금 세대가 서 있는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하려는 이유와 아직 닫히지 않은 결론

나는 왜 굳이 이 기념일에 대해 글을 쓰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여러 번 던진다.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나의 일상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을 기억하자는 이 날의 메시지가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의 몸과 삶을 긍정하려는 태도가 기념일이 요구하는 엄숙함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 둘은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지는 않다. 민주주의는 결국 각자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걷고, 어떤 시선을 인식하며, 어떤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역시 그 조건 위에서 가능해진다. 그래서 이 글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말하려는 글이 아니다. 대신, 이 날을 어떤 태도로 기억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기록이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이 기념일을 내 삶 안으로 어떻게 끌어와야 할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게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 생각이 아직 형성 중이라는 사실을 남기고 싶었다. 6월 10일은 매년 돌아오고, 나는 매년 조금씩 다른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이 빈자리에 끼워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계속 수정 중인 문장에 가깝다는 생각을 남긴 채로, 오늘의 기록을 여기까지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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