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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의료기기의 날, 아프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기계들

by JiwonDay 2026.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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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유난히 몸의 감각이 또렷했다. 알람을 끄고 일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피로가 어깨에 남아 있었고, 세수를 하며 찬물이 얼굴에 닿자 잠이 덜 깬 피부가 먼저 반응했다.

커피를 마실 때는 쓴맛이 혀에 오래 남았고, 평소보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오는 순간 문이 닫히기 직전에 발끝이 살짝 걸렸는데, 그 사소한 흔들림 하나로 몸은 금세 긴장 상태로 들어갔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은 이미 한 박자 앞서 반응하고 있었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늘 건강함의 상징처럼 말해지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몸은 하루도 같은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다. 괜찮다가도 이유 없이 피곤해지고, 멀쩡하다가도 설명하기 어려운 예민함이 스며든다.

이런 변화들은 기록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그때마다 나는 내 몸을 관찰하는 사람이 된다. 병원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느려지는 걸음과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대기실, 흰 형광등 아래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도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가야 할 장면처럼 느껴진다.

과거에 가족의 병문안을 갔던 기억, 검사실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긴 침묵,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리던 밤의 공기까지가 겹쳐 떠오른다. 그렇게 몸과 생각이 어긋난 채 걷다 보니 오늘이 5월 29일, 의료기기의 날이라는 사실이 문득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프지 않은 오늘의 몸이 이 날짜를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면서도, 건강이라는 상태가 얼마나 많은 준비와 보이지 않는 시스템 위에 놓여 있는지 차분히 생각하게 만드는 아침이었다. 

아침의 긴장, 병원에서의 차분한 안정, 저녁의 사색이 한 인물의 몸과 자세를 통해 이어지며
의료기기가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평온과 보호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합성 포스터다.

 

의료기기는 언제나 조용히 먼저 와 있었다

의료기기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크고 복잡한 장비를 떠올린다.

차가운 금속의 표면, 수많은 선과 버튼, 모니터 위를 흐르는 낯선 파형들. 하지만 내 일상 속 의료기기는 훨씬 작고 조용하게 존재해 왔다. 집 서랍 속에 들어 있는 체온계, 약국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혈압계, 건강검진 날 손목에 감겼던 작은 센서, 병실 한쪽에서 규칙적으로 울리던 기계음까지. 그 모든 것들은 내가 아프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내 몸을 살핀다.

나는 아직 증상을 설명할 말을 찾지 못했는데, 기계는 이미 숫자로 내 상태를 보여준다. 그 숫자 앞에 서면 사람은 잠시 말수가 줄어들고, 몸의 감각보다 결과를 먼저 믿게 된다.

의료기기는 위로하지도, 감정을 섞지도 않지만 대신 흔들림 없이 정확하다. 지금 괜찮은지, 조심해야 하는지, 더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조용히 알려준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지킨다는 말은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순간들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아무 일 없었다는 결과지 한 장을 들고 병원을 나서는 평범한 순간들, 그 누적된 평온함 위에서 일상은 유지된다. 기계는 앞에 나서지 않지만 기준을 지키고 오차를 줄이며 사람의 판단을 보조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기계는 계속 작동하고, 점검되고, 개선된다. 조용히 먼저 와 있었기에, 우리는 매일을 별일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5월 29일, 기계를 기념한다는 이상한 날짜

처음 의료기기의 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낯설었다.

사람도 아닌 기계를 기념한다는 발상은 어딘가 차갑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날이 만들어진 이유를 차분히 읽어 내려가다 보니, 오히려 아주 인간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상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기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설명은 건조하지만 분명하다.

의료기기는 잘 작동할수록 더 쉽게 잊힌다. 사고가 없었고, 오진이 없었고, 결과가 무난했기 때문에 기억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는 하루를 정해 일부러 이 기계들을 불러낸다. 기념식을 열고, 의료기기 산업과 현장에서 기여한 사람들을 포상하며, 홍보를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이 모든 과정은 의료기기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공공의 안전 장치라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린 것은 한 사람의 판단만이 아니라, 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든 수많은 기술과 장비였다는 사실을 사회가 함께 기억하자는 제안이다.

제도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책임을 구조로 남긴다. 그래서 이 날짜는 차갑기보다 조용하고 묵직한 온기를 가진다.

 

 

젊은 몸과 의료기기 사이의 거리

스무 살의 몸은 아직 의료기기를 자주 떠올리지 않는다. 아프지 않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둔다.

하지만 병원 대기실에서 느꼈던 차가운 의자의 감촉이나 검사실에서 기계가 피부에 닿던 순간의 긴장은 오래 남아 몸 어딘가에 기억처럼 쌓인다. 그 순간 나는 내 몸을 온전히 맡긴다.

숨을 고르고 가만히 누워 있으라는 말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믿는 것뿐이다. 그래서 의료기기는 더 중요해진다. 사람은 감정에 흔들리지만, 기계는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의 날은 어쩌면 이미 아픈 사람보다 아직 아프지 않은 사람을 위한 날일지도 모른다. 아프기 전에 존재해 주는 것들, 아무 일 없도록 미리 지켜주는 것들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는 날.

젊은 몸으로 살아가는 지금, 이 날짜를 기억한다는 것은 언젠가 다가올 불안한 순간에 대비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안전을 인식하는 일이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많은 준비 위에 놓여 있는지,

의료기기의 날은 그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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