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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부부의 날, 연애 세대가 바라본 ‘부부’라는 단어의 무게

by JiwonDay 2026.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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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부부의 날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내 마음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나와는 아직 먼 이야기’라는 거리감이었다. 스무 살을 넘기고 대학에 들어온 이후, 나의 일상은 시험 일정과 과제, 아르바이트 시간표, 그리고 가끔은 연애의 설렘과 불안으로 채워져 있었다. 손을 잡을 때 느껴지는 체온,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스칠 때 순간적으로 의식하게 되는 몸의 감각, 거울 앞에 서서 오늘의 옷차림이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할지 고민하는 시간들은 모두 ‘연애’라는 단어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 있었다. 하지만 ‘부부’라는 말은 그보다 훨씬 무겁고, 단단하고, 쉽게 닿을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졌다.

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결혼 이야기는 조심스럽다. 꿈과 커리어, 나 자신을 먼저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고, 누군가와 인생을 공유한다는 상상은 설렘보다는 책임의 무게로 다가온다. 그래서 부부의 날은 나에게 그저 달력 속의 기념일 중 하나로 지나칠 뻔했다. 그러나 이 날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나서부터, 나는 ‘부부’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부부의 날은 단순히 결혼을 축하하거나 장려하기 위한 날이 아니라,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 문화를 사회 전체에 퍼뜨리기 위한 선언에 가까웠다.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이 결국 더 밝고 희망찬 사회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연애 세대인 나에게도 충분히 와닿는 메시지였다.

연애를 하며 느끼는 감정은 늘 몸과 함께 움직인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연스럽게 어깨가 열리고, 웃을 때 배에 힘이 들어가고, 상대의 말 한마디에 심장이 빨라지는 순간들. 이런 감각적인 경험 속에서 나는 ‘관계’가 머리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 전체로 살아 움직이는 것임을 배워왔다. 부부의 날을 생각하며, 이 감각들이 언젠가는 연애를 넘어 더 긴 시간의 동반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만 무겁게 느껴졌던 ‘부부’라는 단어가, 조금은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얼굴을 갖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 속의 한 여성이 사색, 자신감, 그리고 관계의 온기를 세 프레임에 담아낸 합성 포스터 이미지.

 

 

아직은 연애의 언어로만 아는 관계

내가 경험한 연애는 아직 ‘둘이 하나’가 되기 전의 관계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고, 각자의 하루를 살아간다. 싸우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혼자 생각할 여지가 있고, 관계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존중과 신뢰가 무너지면 관계가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몸으로 느껴왔다.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 순간, 가슴이 조여 오고, 괜히 어깨가 움츠러드는 감각은 연애가 결코 가볍기만 한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경험 속에서 나는 ‘부부 관계는 연애의 연장선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세계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부부는 감정뿐 아니라 생활과 책임, 경제와 미래까지 공유하는 관계다. 그래서 더 많은 대화와 합의, 그리고 평등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 세대인 나에게 부부의 날은, 아직 도달하지 않은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는 창처럼 느껴진다. 감정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관계, 그러나 감정이 사라져서도 안 되는 관계라는 점에서 말이다.

부부의 날이 말하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 문화’는, 사실 연애 단계에서부터 연습되어야 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몸과 시간을 존중하고, 상대를 소유물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 감각. 나는 연애를 하며 점점, 사랑이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태도의 방향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이 깨달음은 언젠가 부부라는 관계를 마주하게 될 나에게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왜 국가가 부부를 기념하게 되었을까

부부의 날은 처음부터 국가가 만든 기념일이 아니었다. 1995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는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매년 5월 21일 행사를 시작했다. 이 상징은 단순한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관계를 바라보는 분명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움직임은 2001년 4월, 국회에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에 관한 청원’을 제출하는 단계로 이어졌고, 결국 2007년 5월 2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부부의 날은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이 과정은 우리 사회가 부부 관계를 단순한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정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가족 해체를 예방하고, 건강한 가족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목적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공동체의 지속성을 고민한 결과였다.

이 역사를 알게 되면서, 부부의 날은 나에게 조금 더 현실적인 무게로 다가왔다. 사랑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순간들을 제도와 문화가 함께 받쳐주지 않으면, 관계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부부 문화는 누군가를 억누르지 않고, 서로의 몸과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연애 세대인 나에게 이 메시지는, 미래를 위한 경고이자 동시에 희망처럼 느껴졌다.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관계에 대한 기준

지금의 나는 아직 ‘부부’가 아니다. 하지만 내 몸이 느끼는 감각과 감정은, 이미 관계 속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또 회복되는지를 알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나란히 걸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 서로의 숨결이 가까워질 때 생기는 미묘한 긴장,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정리되는 생각들. 이런 경험들은 언젠가 더 긴 관계를 선택하게 될 나에게 중요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부부의 날이 말하는 평등과 민주성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일상 속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가 더 많이 희생했는지를 따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관계. 감정이 식었다고 해서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다시 방향을 찾는 용기. 나는 미래의 나에게, 사랑을 감정이 아닌 ‘함께 유지하는 기술’로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5월 21일 부부의 날은 그래서 나에게 아직 이르지만, 결코 무관하지 않은 날이다. 연애 세대인 지금의 내가 관계를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가, 언젠가 부부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말이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나로 확장되는 경험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관계를 연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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