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5월 21일 문화다양성의 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학교가 아니라 사회에서 배웠다

by JiwonDay 2026. 1. 12.
반응형

처음 이 날의 이름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달력 속에 조용히 적힌 수많은 기념일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시험 일정과 아르바이트 시간표, 친구들과의 약속 사이에서 5월 21일은 특별히 몸에 와 닿지 않는 날짜였다. 하지만 스무 살을 넘기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낯선 동네로 이동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을 나누며 생활하게 되면서 문화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점점 내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같은 강의실에 앉아 있지만 서로 다른 억양으로 한국어를 말하는 친구들, 편의점 야간 근무 중 마주치는 외국인 손님들,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행동이나 옷차림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들 속에서 나는 내 몸과 생각이 미세하게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어깨가 조금 굳고, 숨이 짧아지며, 스스로를 의식하게 되는 그 순간들 속에서 ‘다름’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감각이었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했다. 문화다양성의 날이 제정된 이유가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함이라는 말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문장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먼저 이해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해란 책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낯선 상황 앞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조절하는가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같은 인물이 각기 다른 포즈로 서 있으며, 밝고 따뜻한 색감이 공존과 다양성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학교 밖에서 처음 마주한 문화다양성의 감각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학교라는 비교적 균질한 공간 안에서 생활해왔다. 교복을 입고, 비슷한 시간표를 공유하며, 비슷한 가치관 속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대학과 사회는 전혀 달랐다. 같은 카페에서 일해도 누군가는 다른 나라의 명절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가족의 문화가 한국의 기준과 다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자세를 바로잡고, 말의 속도를 조절하며, 무심코 튀어나올 수 있는 판단을 삼키는 법을 배웠다. 이 과정은 결코 머리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한 날, 다른 문화권의 손님이 보내는 시선에 순간적으로 몸을 의식하며 다리를 고쳐 앉았던 기억, 내 말투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고민하며 혀의 위치까지 신경 쓰게 되는 경험은 문화다양성이 감정과 신체 감각을 동반한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는 유네스코가 2001년 세계문화다양성 선언을 발표하고, 2005년 문화다양성협약을 채택한 이유를 조금은 실감하게 되었다. 문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존엄과 연결된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이 협약의 110번째 비준국이 되어 2010년 7월 정식 발효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에 들어섰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법과 제도로 내려온 문화다양성의 의미

2014년 5월 28일 제정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문화다양성법은 처음에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법에서 정의하는 문화다양성의 내용을 읽어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전달되는 모든 과정, 그리고 예술적 창작과 생산, 보급, 유통, 향유 방식의 다양성까지 포함한다는 문장은 내가 즐겨 보는 영상 콘텐츠와 음악, 거리의 패션과 말투까지 모두 문화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강의실에서 이어폰을 낀 채 다른 나라의 음악을 들으며 노트를 정리하던 순간, 몸을 따라 흐르던 리듬과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흔들리던 다리는 이미 문화다양성의 한 장면이었다. 법이 이런 일상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은, 내가 느끼던 작은 불편함이나 긴장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매년 5월 21일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정하고, 그로부터 일주일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지정한 이유 역시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게 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는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시작된다

문화다양성의 날을 생각하며 나는 이제 더 이상 이 개념을 교과서적인 말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해란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몸과 감정을 먼저 인식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낯선 언어가 들려올 때 귀를 기울이는 자세, 다른 문화의 시선 앞에서 움츠러드는 대신 스스로의 몸을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차이를 틀림으로 규정하지 않으려는 작은 노력이 모여 사회를 만든다. 스무 살을 넘긴 여대생으로서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나의 외모와 몸선, 말투를 과하게 의식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각들 속에서 나는 내가 속한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숨 쉬고 있는지를 느낀다. 문화다양성은 배워야 할 교과목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 속에서 연습해야 하는 감각이다. 5월 21일 문화다양성의 날은 나에게 더 많이 알라는 날이 아니라, 더 천천히 보고, 더 깊게 느끼라는 날로 남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몸과 언어, 기억을 가진 채 같은 사회 안에서 조금씩 공존하는 법을 익혀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