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이 먼저 가는 건 늘 휴대폰이다. 알람을 끄고, 화면을 켜고, 무의식적으로 와이파이 표시를 확인한다. 파란 아이콘이 떠 있으면 마음이 느슨해진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그 표시가 사라질 때가 있다. 데이터도 느리고, 페이지는 열리지 않고, 메시지는 보내지지 않는다. 그때 느끼는 묘한 불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든다.
이상하다. 전기는 여전히 들어오고, 나는 침대에 있고, 몸도 멀쩡한데. 연결이 끊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의 리듬이 흔들린다. 그 순간 깨닫는다. 내가 얼마나 많은 기술 위에 서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너무 자연스럽게 내 일상에 녹아 있는지.
20살, 대학생. 강의실로 향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정리하고, 몸에 밀착되는 니트를 입는다. 오늘은 조금 더 내 몸이 드러나는 옷을 골랐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좋아서. 내 몸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선택조차도 사실은 기술과 연결돼 있다. SNS에 올릴 사진, 캠퍼스에서 마주칠 시선, 온라인에서 형성된 이미지들. 나는 오프라인에 서 있지만, 동시에 온라인 속의 나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 모든 연결의 바탕에 있는 것이 바로 정보통신이다. 그런데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해서. 공기처럼, 수도처럼, 항상 거기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그래서 더더욱 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날은 단순히 기술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게 된 기반을 다시 바라보는 날이다.
정보통신의 날은 원래 ‘체신의 날’에서 시작되었다. 1884년, 고종이 우정총국 개설을 명령한 날인 4월 22일. 편지와 소식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시절의 시작점이다. 이후 ‘집배원의 날’과 통합되고, 법정기념일이 되었으며, 1996년 ‘정보통신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던 편지는 이제 보이지 않는 신호가 되어 공기를 가른다.
우리는 그 신호 위에서 사랑하고, 공부하고, 흔들리고, 성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간다.

보이지 않게 된 통신 기술의 역사
정보통신의 역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속도’가 떠오른다. 과거의 소통은 느렸다. 편지를 쓰고,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 그 기다림 자체가 소통의 일부였다. 우정총국이 개설되던 시절, 편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관계의 증거였고, 국가 운영의 핵심 수단이었다. 그래서 체신은 곧 국가의 신경망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전화가 등장하고, 유선망이 깔리고, 이동통신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전환점은 초고속 인터넷과 광케이블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선들이 도시 아래를 지나고, 데이터는 빛의 속도로 이동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노트북을 열고 강의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이 짧은 순간 안에, 수많은 기술과 인프라가 작동하고 있다.
이동통신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었다. 사람은 더 이상 장소에 묶이지 않았다. 연결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몸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나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발전한 정보통신은 이제 ‘기반 기술’이 되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기술. 내가 특별히 조작하지 않아도 항상 나를 지탱해주는 바닥 같은 존재.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정보통신을 잘 느끼지 못한다.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일상 속에서 사라진 기술의 얼굴
내 하루를 떠올려본다. 아침에는 모바일 인증으로 출석 체크를 하고, 점심에는 무인결제 키오스크 앞에 선다. 강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 팀플 자료는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통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은 거의 없다.
캠퍼스에서 걷다 보면, 나는 종종 내 몸을 의식한다. 바디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걷는 감각, 시선이 스치는 순간의 긴장,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자신감. 이 감정들조차도 SNS와 연결되어 있다. 사진은 업로드되고, 반응은 숫자로 돌아온다.
기술은 철저히 뒤로 숨는다. 전면에 드러나는 건 사람이고, 감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 선택이 가능하도록 만든 환경에는 정보통신이 있다.
당연함을 의심하는 날, 정보통신의 날
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은 질문을 던지는 날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연결되어야 할까. 무엇을 너무 쉽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기술은 계속 발전하지만, 그 방향을 고민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정보통신의 날은 정보통신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산업 발전을 다짐하며, 관계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을 깔고, 신호를 관리해온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연결된 삶을 산다.
나는 20살의 대학생으로 이 거대한 역사 속 작은 지점에 서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밀접하게 기술을 사용하는 세대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선택하고 싶다. 정보통신의 날은 그 연습을 시작하기에 좋은 날이다.
연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빠르고, 더 촘촘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리고 그 방향을 고민하는 첫걸음은,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바닥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