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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3·8민주의거 기념일 — 거리에서 시작된 깨어남

by JiwonDay 2025. 12. 17.


3월 8일은 대전의 거리에서, 아직 학생이었던 젊은 몸들이 세상을 향해 스스로의 떨림을 드러낸 날이다. 스무 살인 나 역시 그 마음을 따라가 보면, 역사의 공기가 피부에 닿는 것처럼 아득하게 흔들린다. 이 글은 그 흔들림을 오늘의 나로 다시 느끼며 쓴 기록이다.

 

세 장면 속 모델이 다른 공간과 분위기에서 각기 다른 포즈와 의상으로 서 있으며, 그녀의 단단한 체형과 부드러운 표정이 각각의 시대적 감정을 연결한다.

 


1. 시대의 공기와 내 몸의 감각

1960년의 대전은 마치 숨을 오래 참은 도시 같았다고 한다. 부정선거 소문이 덩어리처럼 쌓이고, 학교 복도에서도 정치의 냄새가 묻어났다. 나는 그 시절을 살진 않았지만, 요즘 같은 봄바람 속에 가끔 내 피부가 먼저 반응할 때가 있다. 억눌림을 감지하는 몸의 예민함, 그런 게 있다는 걸 스무 살의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때의 학생들도 그랬을까. 옷깃을 스치던 바람 하나에도 ‘이건 아니야’라는 감정이 번졌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정지된 것 같은 공기 속에서, 청년들이 왜 먼저 움직였는지는 설명보다 감각으로 이해된다. 내 어깨와 등라인에 스민 작은 긴장처럼, 그 시대에도 보이지 않는 압력이 계속 내려앉았을 것이다.

3·8민주의거가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에야 정식 기념일로 자리 잡았고, 2019년에 첫 정부 주관 기념식이 열렸다. 늦게야 이름을 얻었지만, 이 날을 기억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학생들의 용기, 그 숭고한 정신을 길게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들의 결의가 오늘의 봄 햇살처럼 조용히 나를 일으키는 느낌이 든다.


2. 3월 8일, 거리에서 몸과 마음이 달려간 순간

그날의 대전 거리는 분명 뜨거웠을 것이다. 어느 학교에서 먼저 뛰어나왔는지, 누가 먼저 목소리를 냈는지는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요한 건 흐름이다. 청춘들이 교문을 나서면서 바람이 달라졌고, 구호가 골목을 타고 울렸다. 나는 그런 장면을 떠올리면 심장이 평소보다 살짝 빠르게 뛴다. 몸이 이야기를 먼저 이해하는 기분이다.

학생들은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부패를 규탄했고, 부당한 정·부통령 선거를 향해 “아니다”라고 외쳤다. 학원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순수한 분노와 떨리는 용기가 몸속 피처럼 빠르게 돌았을 것이다.

경찰과의 대치, 퍼져나가는 시위, 모든 장면이 무섭고도 뜨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결국 더 큰 민주화 흐름을 깨웠다. 대구의 2·28, 마산의 3·15, 그리고 결국 4·19혁명까지—3·8민주의거는 분명한 불씨였다.

나는 그런 역사를 떠올릴 때마다, 내 허리선을 따라 내려오는 미세한 긴장과 떨림을 느낀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용기’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날의 학생들처럼 나도 지금의 세상과 마주할 때 내식대로 반응하는 감정과 몸의 신호들이 있다.


3. 오늘 우리가 이 날을 다시 꺼내는 이유

왜 지금, 왜 젊은 세대가 이 날을 기억해야 할까.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살아 있는 존재처럼 끊임없이 관리해줘야 한다. 그날의 학생들은 거대한 사상이나 이론보다, “지금의 내가 불편하다”는 가장 직관적인 감각에서 출발했다.

나도 하루하루 내 몸의 변화와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몸은 정직해서 속일 수 없고, 불편하면 금방 티가 난다. 그처럼 사회도 결국 감각에 의해 움직인다. 불공정함, 억압, 왜곡된 권력이 피부에 닿으면 사람들은 결국 반응한다.

3·8민주의거를 떠올리면, 단순히 역사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의 세상에 충분히 깨어 있는가.” 그 질문은 내 어깨, 허리, 숨의 깊이처럼 아주 개인적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3월 8일은 기념일이 아니라 점검일에 가깝다. 내 삶의 감각이 무뎌지지는 않았는지, 지금의 사회가 어디쯤 흔들리는지, 청년인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그날의 학생들은 거대한 역사를 남겼지만, 그 시작은 아주 작은 떨림이었다.

오늘의 나는 그 떨림을 내 몸으로 다시 느껴보며 이 날을 기록한다. 민주주의는 설명보다 감각에 가깝고, 감각은 언제나 살아 있는 몸에서 출발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