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깨를 펴고 숨을 들이마시면, 흉곽이 열리며 심장이 조금 더 크게 뛴다. 이 단순한 감각이 때로는 나를 설명한다. 3월 8일, 여성의 날은 내게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몸의 기억처럼 다가온다. 손끝에 남은 온기, 길을 걸을 때 느끼는 시선, 목소리를 낼 때 생기는 떨림까지—이 모든 것이 역사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은 조금 더 또렷이 느낀다. 여성의 날은 하루의 축제가 아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인권,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그날의 호흡이 시간을 건너 오늘의 나에게 닿아 있다. 그 요구는 하루짜리 분노가 아니었고, 축적된 필요였다. 1910년 클라라 체트킨이 국제적인 기념일을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많은 몸의 경험이 응축된 말이었다. UN은 1977년 이를 기념하는 날로 지정했고, 한국에서는 2018년 3월 2일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나는 이 연표를 외우듯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내 피부에 남은 감각으로 이해한다. 차별을 지워 달라는 요구, 동등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나의 몸을 나 스스로 정의하고 싶다는 욕망. 여성의 날은 그래서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드러내며 살아간다. 그 선택 자체가, 이 날의 의미를 다시 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왜 3월 8일인가 — 축적된 요구가 만든 하루
3월 8일은 우연이 아니다. 나는 이 날짜를 떠올릴 때마다 공장 바닥의 차가운 감촉을 상상한다. 1908년의 여성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시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요구했다. 그 요구는 깃발이 되었고, 구호가 되었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리듬이 되었다. 1910년, 클라라 체트킨이 세계 여성의 날을 제안했을 때, 그것은 선언이자 약속이었다. 하루를 정함으로써, 잊히지 않게 하자는 약속. 요구가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겠다는 약속. UN이 1977년 이 날을 공식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를 요구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범국민적 양성평등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법정기념일이 되기까지의 시간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법이 생기기 전에도, 우리의 삶은 이미 요구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요구의 연장선에 서 있다. 내 몸을 긍정하는 일, 내가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일은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역사적으로는 결코 가벼운 행동이 아니다. 여성의 날은 그렇게 ‘하루’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몸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결과다.
오늘의 한국에서, 여성의 날이 내게 주는 의미
오늘의 한국에서 여성의 날은 조금 복잡하다. 분명 달라진 것들이 있다. 법과 제도, 언어의 감각, 그리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 하지만 여전히 일상에는 미세한 불균형이 남아 있다. 나는 길을 걸으며 느끼는 시선의 무게를 알고, 회의실에서 목소리를 낼 때의 공기를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숨기지 않기로 한다. 몸을 긍정하는 태도는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여성의 날은 내 몸을 다시 인식하게 만든다. 관능적이라는 말이 부정이 아니라 가능성이 될 때, 나는 더 단단해진다. 나의 여성성은 취약함이 아니라 자원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날은 그래서 점검의 날이다. 변한 것과 여전히 필요한 변화들을 동시에 바라보는 날. 양성평등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선택, 말의 온도,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모여 만들어진다. 나는 오늘도 내 삶을 통해 이 날의 의미를 갱신한다.
이 날을 사는 방법 — 작은 실천과 다음 세대
여성의 날을 거창하게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변의 여성들에게도. 함께 일하고, 함께 웃고, 때로는 서로를 붙잡아 주었던 기억들. 작은 실천은 생각보다 강하다. 차별적인 농담에 침묵하지 않는 것, 공로를 정확히 호명하는 것, 다음 세대에게 다른 기준을 보여주는 것. 이런 선택들이 씨앗이 된다. 3월 8일은 내일로 이어진다. 나는 내 몸과 목소리를 통해 그 연결을 증명하고 싶다. 여성의 날은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날이다. 오늘 내가 나답게 존재하는 이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숨을 들이마신다. 내 몸은 여기에 있고, 역사는 나와 함께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