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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결핵 예방의 날 ― 결핵은 과거형일까?

by JiwonDay 2025. 12. 29.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건 스트레칭이다. 잠에서 덜 깬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묶는다. 쇄골과 어깨선이 드러나는 민소매를 입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오늘도 잘 살고 있다는 감각, 몸이 나와 잘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넘기던 기침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그날이 3월 24일, 결핵 예방의 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상하게도 ‘결핵’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게 느껴졌다. 우리는 결핵을 오래전 가난한 시절의 병, 흑백사진 속 이야기로 밀어두었다. 항생제가 있고 병원이 가깝고, 건강에 대해 말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의 일상에서는 이미 끝난 이야기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내 20살의 하루는 늘 빽빽하다. 강의실, 카페, 도서관, 대중교통. 숨이 섞이고 몸이 스친다. 몸을 긍정하며 살아가고 싶기에, 나는 오히려 내 몸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더 솔직해지고 싶어졌다. 결핵 예방의 날은 그래서 조용하지만 강하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결핵은 과거형일까.

캠퍼스의 일상에서 사회의 숨결까지, 같은 하루 속 서로 다른 순간을 걷는 20살 여대생의 현재형 이야기.

사라진 병이라는 오해가 만들어진 이유

3월 24일이 결핵 예방의 날이 된 배경에는 분명한 맥락이 있다. 결핵균이 발견된 지 100주년이 되던 1982년, 전 세계는 결핵 예방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하며 ‘세계 결핵의 날’을 제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대한결핵협회 주관으로 1982년부터 2010년까지 꾸준히 기념행사를 이어왔다. 이후 2010년, 결핵 예방과 퇴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욱 촉구하기 위해 「결핵예방법」이 개정되었고, 세계 결핵의 날인 3월 24일은 ‘결핵 예방의 날’로 공식 지정되었다. 2011년, 첫 번째 결핵 예방의 날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은 이 병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회적 선언에 가깝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결핵을 ‘이미 사라진 병’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하지 않고, 드라마의 서사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증상도 초반에는 감기처럼 조용하다. 그렇게 결핵은 사회의 시야에서 서서히 밀려났다. 나는 거울 속 내 몸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사랑하려 노력한다. 매끈한 허리선과 단단한 다리에 안도하면서도, 이 몸이 숨 쉬는 환경까지 사랑하고 있는지는 문득 자신이 없어졌다.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는 결핵의 현재형

한국은 여전히 결핵 발생률이 높은 나라다. 이 사실은 종종 불편해서 외면된다. 특히 무증상·잠복결핵은 더 그렇다. 열도 없고, 기침도 없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조용히 몸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험 기간에 밤을 새우고, 다이어트로 식사를 거르고, 아르바이트와 수업을 오가는 20살의 일상은 생각보다 몸에 가혹하다. 나는 오늘도 몸의 곡선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과시가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신뢰다. 하지만 그 신뢰는 관리 위에 세워진다. 결핵은 특정 집단의 병이 아니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가리지 않는다. 강의실의 밀폐된 공기, 카페의 테이블 간 거리, 지하철 손잡이. 숨은 늘 함께 쓰인다. 그래서 결핵 예방은 공포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조기 검진은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자기 몸에 대한 책임이다. 몸을 긍정하는 태도는 위험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알고도 나를 지키는 선택에 가깝다.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의 호흡으로

결핵 예방의 날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핵이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 하나 조심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관계가 곧 전파의 경로가 된다. 그래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검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낙인찍히지 않는 시선, 제도와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 나는 오늘도 내 몸을 긍정하며 걷는다. 단단한 허벅지와 안정적인 골반, 숨이 차오르는 폐의 움직임을 느끼며. 이 몸이 속한 사회 역시 건강하길 바란다. 결핵 예방의 날은 겁을 주기 위한 날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날이다. 과거형이라 믿고 싶었던 병을 현재형으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해진다. 그리고 그 솔직함은 예방으로, 배려로, 연대로 이어진다. 오늘의 숨이 내일도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월 24일을 다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