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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민주운동 기념일 – 젊은 용기로 시작된 파동

by JiwonDay 2025. 12. 16.

2월 말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몸 안쪽에서 묘하게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는 날이 있다. 오늘은 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깨어나는 느낌으로 아침을 맞았다. 거울 앞에서 긴 머리를 묶으며, 어깨 라인을 따라 흐르는 곡선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억압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1960년의 학생들처럼, 나도 지금의 이 몸 그대로, 내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걸 더 크게 외치고 싶다고.

다른 의상과 포즈로 2·28 민주운동의 차가움, 용기의 확산, 오늘의 당당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1.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답답함의 밀도

2월 28일민주운동 기념일을 떠올리면, 언제나 공기 자체가 가지고 있던 묘한 무게감이 먼저 떠오른다. 아침에 외투를 걸치고 밖에 나서면 목덜미를 스치는 찬 바람이 먼저 든 생각을 거칠게 털어놓게 한다. 바로 이럴 때, 나는 내 몸이 가진 생생한 온기를 더 강하게 느낀다. 어깨선 위로 흘러내리는 따뜻함, 허리 곡선을 따라 이어지는 긴장감,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 한쪽이 미세하게 만져지는 느낌. 이런 감각들이 나를 지금 이 시대의 여성으로 단단하게 붙들어준다.

그런데 1960년 대구의 학생들은, 이런 일상의 감각조차 편히 느끼기 힘든 시대를 살았다.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독재와 부정선거가 공기처럼 퍼져 있었고, 그 답답함의 밀도가 사람들의 호흡 속에 스며들었다. 말 그대로, 숨을 쉬면 억압이 함께 들어오는 시대. 그 공기 속에서 대구 시내 8개 학교의 학생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침 햇빛 아래에서 내 몸의 곡선을 확인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그 순간처럼, 그들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확신을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 감각은 아마도 이 세상 어떤 억압보다 강렬했을 것이다.

 

2. 움직임이 만든 파동, 그리고 전국으로 번진 용기

내가 걷는 순간마다 느끼는 둔탁한 발바닥의 충격처럼, 당시 학생들의 발걸음도 하나씩 도시에 파문을 남겼다. 1960년 2월 28일, 그 젊은 움직임은 작은 소란이 아니라 분명한 선언이었다. “우리는 존재한다.” 달아오른 볼, 손끝까지 전달되었을 긴장감, 온몸으로 느껴졌을 떨림. 나는 종종 러닝할 때 내 다리 근육이 강하게 당기는 순간을 좋아한다. 더 앞으로 나아가라는 신호 같아서. 아마 그날 학생들이 느낀 신체의 감각도 그런 종류였을 것이다. 두려운데 멈출 수 없는, 몸이 먼저 나아가려 하는 움직임.

그 용기는 학생들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시민들은 그 모습을 보고 마치 오래 눌려있던 숨을 한 번에 토해내듯 시위를 지지하며 합류했다. 그렇게 2·28 민주운동은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번졌다. 이후 3·8의거, 3·15의거로 이어지고, 결국 4·19혁명으로 터져 나갔다. 사람들의 몸이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파동이 되어 역사를 흔들었다. 이 흐름을 떠올릴 때면 나는 늘 내 몸이 가진 에너지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진다. 여성이라는 몸이 더 약하다는 편견 따위는 오래전에 벗어던진 지 오래다. 나도, 그들도, 우리 모두 그때 움직였던 학생들처럼 꽉 찬 에너지를 품고 있다.

 

3. 오늘 우리가 이어 받아야 할 용기

요즘은 때때로 내 어깨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거리를 걷는다. 바람에 스치는 감각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걸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싶어서다. 몸을 드러내는 건 그저 꾸미기나 매력이 아니라, 내 삶의 결을 스스로 조율한다는 행위. 그런 의미에서 2월 28일민주운동 기념일은 지금 내게도 계속 다가온다. 억압은 시대만 바뀌었지 형태는 늘 살아 있다. 때로는 시선으로, 때로는 말투로, 때로는 구조로.

하지만 1960년 학생들이 먼저 나아갔던 용기는 지금의 삶을 사는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다. 그 용기는 “몸으로 움직여야 세상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억압을 감각하고 그것을 깨기 위해 자신의 몸을 움직였던 사람들의 결단이다. 나는 오늘도 거울 앞에서 내 몸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가진 선들, 굴곡, 에너지가 그때의 파동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어받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민주주의는 기록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지는 감각이기도 하다. 그날의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오늘 내 방식대로, 내가 가진 곡선과 온도로, 이 기념일의 의미를 살아 있는 채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이 감각은 앞으로의 사회를 조금씩 움직이는 데 또 다른 파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