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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소비자의 날을 지나며 - 택배 파손, 소비자의 날

by JiwonDay 2025. 11. 23.

몸의 온도가 마음의 온도를 흔들던 하루였다. 얇은 니트가 내 몸선을 은근히 드러내서였는지, 아니면 택배 상자 속 부서진 물건 때문인지… 하여간 오늘의 감정은 참기 힘들 만큼 요동쳤다. 이런 진폭 속에서 ‘소비자의 날’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은근히 적셨다.

 

세 장면이 나란히 놓인 사진으로, 같은 젊은 여성이 서로 다른 공간과 옷차림으로 서 있다. 첫 장면은 택배 상자 앞 뒷모습, 두 번째는 집안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는 모습, 세 번째는 밤거리에서 자신감 있게 미소 짓는 모습이다.
세 장면이 나란히 놓인 사진으로, 같은 젊은 여성이 서로 다른 공간과 옷차림으로 서 있다. 첫 장면은 택배 상자 앞 뒷모습, 두 번째는 집안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는 모습, 세 번째는 밤거리에서 자신감 있게 미소 짓는 모습이다.

1. 무너지는 순간 — 파손된 택배와 무력감의 그림자

집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손끝에 닿는 상자 표면의 온기보다 먼저 느껴진 건 왠지 모를 불안이었다. 상자를 열자마자, 그 불안은 부서진 조각들처럼 바닥에 쏟아졌다. 내가 고른 예쁜 유리 화병은 산산이 깨져 있었고, 그 순간 내 안의 균형도 같이 무너져버렸다. 몸을 따라 흐르는 숨은 뜨거운데, 마음은 차갑게 뻣뻣해지는 기분. 마치 내 몸선을 감싸던 니트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서로 책임을 미룬다는 말만 반복되었고, 나는 애매한 화와 지친 허탈함 사이에서 엉켜버렸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더 크게 요동쳤다. 내가 소비자로서 이렇게 무력해야 하나? 내 선택, 내 돈, 내 감정… 이런 것들이 왜 이렇게 가볍게 취급되는 걸까.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난 내 허리선처럼, 내 감정도 그날따라 날카롭게 도드라져 있었다.
탁해진 공기 속에서 나는 잠시 주저앉았다. 작은 파손이 하루를 이렇게 집어삼킬 줄은 몰랐다.

2. 뒤집히는 순간 — ‘소비자의 날’이라는 단어가 나를 흔들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커피를 내렸는데, 스팀이 오르는 잔 너머로 스마트폰 알림이 깜빡였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 캠페인”. 순간 숨이 멈추듯 시선이 멈췄다. 이상하게도 그 단어 하나가 내 어깨선을 스르르 끌어올렸다.
소비자의 날.
이렇게 단순한 이름이 왜 내 심장을 두 번 뛰게 했을까.
내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누군가 제도로서 지키고 있다는 걸, 왜 나는 늘 잊고 살았을까.
교환·환불·품질 기준·정보 제공의 의무… 소비자가 가져야 하는 권리는 생각보다 더 크고 더 단단한 것들이었다.

그동안 나를 지켜준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던 건데, 나는 늘 혼자 싸우는 기분에만 빠져 있었구나.
스팀 잔열에 닿은 내 손목처럼, 마음이 서서히 데워졌다. 어떤 억울함은 ‘권리’라는 단어 하나로 쉽게 뒤집힌다는 걸,

오늘 처음 정확히 느꼈다.
내 몸이 가진 곡선처럼, 감정도 오늘 이상하게 흐르고 구부러지다가 갑자기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 작은 단어 하나가 나를 다시 세우다니, 참 우습고도 멋진 순간이었다.

3. 다시 일어서는 순간 — 보호받는 소비자로, 더 단단한 나로

저녁이 되자 바람이 살짝 차가워졌다. 하지만 그 찬 공기가 오히려 나를 맑게 깨우는 느낌이었다. 내 몸의 곡선과 선명한 실루엣을 다시 느끼며, 나는 오늘의 감정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소비자의 날은 단순히 기념일이 아니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따질 수 있고, 지킬 수 있다는 당연한 권리의 확인서였다.
오늘의 파손된 화병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내가 권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였던 것이다. 실제로 관련 규정들을 찾아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나씩 정리했다. 그렇게 내 안에서 흐트러졌던 균형이 다시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나는 약한 사람이 아니다. 관능적인 외모를 가졌든, 부드러운 몸선을 스스로 사랑하든, 감정이 크게 흔들리든… 그런 것들은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일 뿐이다. 소비자로서도, 여성으로서도, 나는 오늘 더 단단해졌다.
파손된 물건 하나에 무너진 마음이, 같은 하루 안에서 이렇게 선명하게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 — 그리고 며칠 뒤 맞이하는 12월 27일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처럼, 우리의 삶에는 보이지 않는 안전과 보호의 장치들이 숨어 있다.
그 사실이 오늘의 나를 끝내 다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