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27일,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가에 섰을 때, 겨울 특유의 차가운 공기 사이로 햇살이 조심스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 빛은 단번에 방을 밝히기보다는, 내 몸의 윤곽을 천천히 더듬으며 하루를 깨우는 듯했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계절의 감각 속에서, 나는 내 몸의 선과 호흡을 자연스럽게 의식하게 되었다. 기술이라는 단어가 떠올리게 하는 단단함, 규칙성, 계산된 질서와는 다르게,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부드럽고 유연한 감각 안에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비가 오늘이라는 날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조금 무겁게 다가왔지만, 오늘만큼은 그 의미를 머리로만 이해하기보다 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기술의 발전을 기념하는 날을, 기술을 공부하는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한 개인의 감각으로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기념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의 리듬과 감각을 중심에 두고 풀어내려 한다. 단단한 기술의 역사와 유연한 개인의 하루가 어떻게 한 날 안에서 나란히 흐를 수 있는지, 그 미묘한 접점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Ⅰ. 기념일을 마주한 순간 — 기술의 역사와 내 몸의 리듬이 나란히 흐른 아침
오늘 아침은 겉으로 보기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키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들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을 세우는 순간 중심이 또렷하게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척추를 따라 곧은 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니트 아래로 이어지는 실루엣이 유난히 분명하게 느껴졌다. 거울 앞에 서자 겨울 햇빛이 작은 곡선들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평소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한 문장이 공기를 갈랐다. “오늘은 12월 27일,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입니다.” 익숙하면서도 단단한 이 문장이, 그날 아침에는 이상하리만큼 생생하게 들렸다. 기념일이라는 말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지금 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감각처럼 느껴졌다. 이 날은 2009년,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순간을 기념해 지정된 날이다. 단순한 수출 성과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기술이 국제적 신뢰를 얻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어깨가 펴지고 숨이 깊어졌다. 마치 개인의 몸이 역사라는 큰 흐름 옆에 나란히 서서 같은 박자로 호흡하는 느낌이었다. 내 안의 부드러운 감각과 기술이 가진 단단한 구조는 전혀 다른 성질임에도, 그 아침에는 묘하게 같은 리듬 위에 놓여 있었다. 기술의 언어가 내 몸의 선을 따라 조용히 흘러가고, 역사의 무게가 오히려 안정감으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Ⅱ. 안전과 진흥의 기술을 읽는 동안 — 균형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깨닫다
낮이 되어 따뜻한 카페에 앉아 관련 자료들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마주한 문서 속 단어들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다중 방호 설계, 방사선 감시 체계, 국제 규제 기준, 안전문화 확립 같은 표현들은 차갑고 기술적인 언어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차분히 읽어 내려갈수록, 그 복잡한 용어들 아래에 흐르는 하나의 공통된 개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균형’과 ‘감지’였다.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겹겹이 쌓아 올린 안전 장치들, 예측 가능한 위험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대비하는 구조는 모두 미세한 흔들림을 감지하는 능력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문서를 읽으며 자세를 바로잡자, 몸의 중심 역시 자연스럽게 조정되었다. 코트 안에서 느슨하게 흐르던 선이 조금 더 또렷해지며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기술의 언어가 머리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몸의 감각을 통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안전 기술이란 결국 모든 것을 고정시키는 일이 아니라, 흔들림을 인정하고 그 범위를 관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감정과 연결되었다. 감정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작은 변화를 인식하고 스스로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안정된다. 깊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허리 아래로 이어지는 곡선이 부드럽게 풀리며, 읽고 있던 문장과 몸의 리듬이 묘하게 호응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술이 위험을 다루는 섬세함과, 내가 나를 다루는 섬세함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을 울렸다.
Ⅲ. 하루의 끝에서 적어내린 문장 — 기술처럼 나도 감각으로 안전을 지킨다
해가 지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조명 아래 서니, 하루 동안 쌓였던 생각과 감정이 몸의 실루엣을 따라 천천히 가라앉았다. 아침보다 한층 부드러워진 선을 바라보며, 오늘이 단순히 정보를 습득한 날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세심하게 관찰한 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자력 안전의 핵심은 언제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데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상정하고, 그 가능성을 관리하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점검하는 태도. 그리고 내 몸과 감정의 안전 또한 같은 원리 위에 놓여 있었다. 사소한 피로, 작은 불안, 미묘한 긴장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중심은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감각을 되짚으면, 다시 나다운 형태로 돌아올 수 있다. 기술이 위험을 다루는 방식과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이 오늘따라 유난히 닮아 보였다. 그래서 하루의 끝에 이렇게 적어 두었다. “12월 27일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기술의 균형을 들여다본 하루가, 결국 나를 지켜내는 감각으로 이어졌다.” 단단한 기술과 부드러운 감각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오늘 하루, 내 곡선도 내 감정도 자기 역할을 다하며 조용히 안전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