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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일본에서는 ‘무능한 상사’가 문제이고, 한국에서는 ‘권한 없는 상사’가 문제인가?

by JiwonDay 202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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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의 직장인들이 상사를 두고 느끼는 불만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그러나 그 불만이 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왜 결정을 안 하느냐”가 문제로 제기되고, 한국에서는 “왜 결정할 수 없느냐”가 반복된다. 이 차이는 개인의 성격이나 리더십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상사가 놓인 제도적 자리가 다르게 설계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글은 상사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글이 아니라, 상사가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제도 구조를 설명한다. 같은 ‘상사’라는 직위가 두 사회에서 왜 전혀 다른 불만을 낳는지를, 법·조직 설계·역사 경로라는 동일한 분석 축에서 살펴본다.

같은 인물이지만 왼쪽은 서류를 쥔 채 판단을 미루는 정적인 자세로 책임의 무게를 드러내고, 오른쪽은 설명하는 동작으로 권한 없이 책임만 떠안은 위치의 긴장을 보여준다.

 
 

1️⃣ 상사는 무엇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일본과 한국의 상사는 모두 조직의 중간에 위치하지만, 법적·제도적 설계는 다르다. 일본 기업에서 상사는 업무 전반에 대한 지휘·명령권(指揮命令権)을 비교적 폭넓게 보유한다. 노동관계 해석과 판례는 상사의 지시를 원칙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보고, 명백한 권한 남용이 아닌 한 상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구조를 취해 왔다. 이 때문에 상사는 인사·업무 배치·평가 과정에서 ‘결정자’로 자리 잡는다. 일본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링기(稟議) 제도 역시 합의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사의 승인 여부가 흐름을 멈추거나 통과시키는 핵심 고리로 작동한다. 결정의 속도는 느리지만, 일단 승인된 사안은 번복되기 어렵고, 그 결과는 결정을 내린 상사 개인의 판단으로 기록된다. 이러한 구조는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이 제시해 온 노동계약 해석과 현장 자율 원칙과도 맞물려 형성되었다.
반면 한국의 상사는 제도적으로 다른 위치에 놓여 있다. 업무 지시권은 있으나, 인사·보상·구조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임원, 인사위원회, 본사 규정에 집중된다. 근로관계 해석 역시 상사의 지시권을 인정하면서도, 핵심 결정은 조직 단위의 공식 절차를 거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결과 중간관리자는 의사결정의 주체라기보다 상부 결정을 전달하고 현장에서 집행하는 관리자에 가깝다. 이 구조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 해설과 공공·대기업 인사 규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같은 ‘상사’라는 직위가 일본에서는 결정 권한을 전제로 설계되고, 한국에서는 역할 수행을 전제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출발선부터 다르다.

2️⃣ 실패는 누구의 몫으로 저장되는가

조직이 실패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는 상사의 행동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일본 기업에서는 실패가 발생했을 때, 그 실패는 결정을 내린 상사 개인의 판단으로 귀속되는 경향이 강하다. 프로젝트 지연, 인사 배치의 부작용, 성과 부진은 “누가 승인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되며, 이는 개인의 이력과 평가에 남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결정을 내리는 행위 자체가 리스크가 된다. 따라서 상사는 판단을 미루거나 추가 검토를 반복하는 보수적 행동을 택하게 되고, 이 지연이 누적될 때 조직 구성원들은 이를 ‘무능’으로 인식한다. 여기서 무능이란 일을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정을 회피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한국의 경우 실패는 공식적으로 조직 책임으로 처리된다. 제도상으로는 개인보다 팀과 부서의 성과 관리가 강조되며, 실패의 기록 역시 조직 단위로 남는다. 그러나 실제 작동에서는 압박이 중간관리자에게 집중된다. 상사는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설명 책임과 보고 부담을 지게 된다. 다만 그 실패가 ‘누가 결정했는가’라는 개인 판단의 문제로 고정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상사는 책임을 지지만, 동시에 스스로 결정을 내릴 권한은 제한된 상태에 놓인다. 조직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만은 상사의 능력보다는 “왜 이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가”라는 무력감으로 표현된다.

3️⃣ 시간이 조직 안에서 흐르는 방식의 차이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시간 개념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기업은 장기 고용과 내부 노동시장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개인은 회사를 옮기지 않는 대신, 회사 안에서 다양한 직무를 이동하며 경력을 축적한다. 이런 구조에서 상사의 판단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조직 안정과 연속성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결정이 느린 이유는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시간이 조직 내부에 축적되는 방식 때문이다. 판단의 결과가 오랜 기간 남는 구조에서는 속도보다 안정이 우선된다.
한국 기업은 압축 성장과 단기 성과 관리의 흐름 속에서 조직이 설계되었다. 시간은 내부에 축적되기보다 외부 목표에 맞춰 끌어오는 자원처럼 사용되었다. 상사의 평가는 단기간의 성과 지표와 리스크 관리 능력에 크게 의존해 왔고, 중간관리자는 성과 압박을 현장으로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 구조에서는 상사가 장기 판단을 내릴 여지가 제한되고, 결정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판단의 주체성은 약화된다. 그 결과 상사는 ‘결정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상사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문제다

일본의 상사는 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리이지만, 그 결정이 개인에게 위험으로 저장되는 구조 속에 있다. 그래서 판단을 미루고, 그 지연이 무능으로 읽힌다. 한국의 상사는 결정의 결과를 떠안도록 설계된 자리이지만, 결정 권한은 상부에 묶여 있다. 그래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 무력감이 권한 없음으로 읽힌다. 이 두 모습은 상사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조직이 권한과 책임을 어디에 배치해 왔는가의 결과다. 상사를 평가하기 전에, 그 상사가 서 있는 자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불만이 다른 언어로 반복되는 이유는, 제도가 실패와 시간을 저장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무능한 상사’와 ‘권한 없는 상사’라는 말은 개인 비난이 아니라 제도 설명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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