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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왜 일본은 ‘기록을 남기고’, 한국은 ‘설명을 요구하는가’

by JiwonDay 202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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깉은 행정, 다른 책임의 출발점

일본과 한국은 모두 문서가 많은 사회다. 공공기관에 무엇을 신청하든, 회사에서 보고를 올리든, ‘서류’는 일상의 일부다. 전자결재와 기록 시스템이 일상화된 지금, 두 나라 모두 종이든 전자든 기록을 남기는 행위 자체는 당연한 전제가 되었다. 그런데 체감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기록이 남아 있는가”가 먼저 묻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래서 왜 그렇게 했는가”라는 설명이 빠르게 따라온다. 이 차이는 개인의 말솜씨나 조직 문화의 차이로 설명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책임이 어디에 붙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라는 제도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이 글은 일본과 한국을 동일한 분석 축 위에 올려, 기록과 설명이 책임을 구성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르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핵심은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거나 합리적인지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을 고정하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이해하는 데 있다.

 

동일 인물이 기록과 문서가 책임의 기준이 되는 정적인 환경과, 설명과 대응이 책임을 완성하는 역동적인 환경에 대비되어 배치되어 일본과 한국의 제도적 책임 구조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임은 어디에, 언제 붙는가

일본의 행정과 조직 설계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책임의 1차 귀속을 ‘사람’이 아니라 ‘문서’에 두려는 경향이다. 행정문서는 단순한 업무 흔적이나 참고 자료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설명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보존해야 할 자산으로 규정된다. 이 때문에 문서는 작성 단계부터 분류, 결재, 보존기간 설정까지 하나의 관리 대상이 된다. 책임은 사후에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사전에 문서를 남기고 절차를 밟는 과정 속에서 이미 누적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가”보다 “그 판단이 어떤 문서로 남아 있었는가”가 먼저 검토된다. 책임은 개인의 기억이나 발언이 아니라, 기록의 연속성 속에서 확인된다.

한국 역시 문서 중심의 행정을 갖추고 있다. 전자문서 시스템과 기록 관리 체계는 매우 촘촘하며, 형식적으로만 보면 일본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책임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점은 상대적으로 사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행정처분이나 규제가 문제로 떠오르면, 문서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전통지, 의견제출, 청문, 그리고 이유제시 같은 절차를 통해 당사자의 설명과 대응이 결합되어야 책임이 확정된다. 이 구조에서는 문서가 책임의 토대이기는 하지만, 그 위에 다시 설명이라는 층위가 덧씌워진다. 결과적으로 책임은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고, 설명 행위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책임은 어떻게 입증되고, 누가 감당하는가

일본에서는 책임 입증의 중심이 기록의 정합성에 놓인다. 문서가 존재하는지, 적법한 절차로 작성되고 보존되었는지, 결재와 회람의 흐름이 명확히 남아 있는지가 핵심이다. 개인의 의도나 해명은 이 기록을 보충하는 요소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조직에서도 보고서와 결재 문서가 의사결정의 기본 단위로 작동하고, 여러 단계의 승인과 회람을 통해 책임이 조직 단위로 분산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특정 개인이 모든 판단의 책임을 홀로 짊어지기보다, 기록을 공유한 조직 전체가 책임의 주체로 남는다. 개인은 기록 체계의 한 부분으로 위치하며, 책임은 인격화되기보다 제도화된다.

한국에서는 기록과 더불어 설명 능력이 책임 입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문서를 두고도 누가 어떻게 설명했는지, 그 설명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일관되었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민원 처리나 감사 과정에서 담당자는 문서 작성자이면서 동시에 설명자이기도 하다. 이 구조에서는 책임이 설명하는 개인에게 집중되기 쉽다. 기록이 충분하더라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책임이 확대될 수 있고, 반대로 설명이 설득력을 갖추면 부담이 완화되기도 한다. 책임의 무게가 시스템보다는 사람의 대응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체감이 생기는 이유다.

개인이 느끼는 불안의 형태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개인이 느끼는 불안의 성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 때’가 가장 큰 리스크로 인식된다. 문서를 빠뜨리거나 절차를 누락하면, 나중에 책임을 방어할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 그래서 업무 과정은 느려 보일 수 있지만, 기록을 쌓는 행위 자체가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개인의 말이나 해명보다 문서가 우선하는 구조에서는, 기록을 제대로 남겼다는 사실이 곧 보호막이 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설명을 잘못했을 때’의 불안이 더 크게 작동한다. 같은 문서를 가지고도 어떤 말로 대응하느냐, 어떤 태도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책임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문서 작업만큼이나 설명 준비와 대응 전략에 에너지가 투입된다. 기록을 잘 남기는 것과 동시에, 그 기록을 어떻게 풀어 설명할지까지 고민해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책임은 문서가 아니라 설명하는 개인에게 밀착되어 체감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이 기록 관리가 약한 사회라는 오해를 피하는 것이다. 한국은 공공기록물 관리 체계와 전자 기록 인프라가 매우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다. 차이는 기록의 유무나 기술 수준이 아니라, 책임을 확정하는 마지막 단계가 어디에 놓여 있는가에 있다. 일본은 기록을 중심으로 책임을 고정하려 하고, 한국은 기록 위에 설명 절차를 덧붙여 책임을 완성한다. 이 차이는 신뢰의 대상이 시스템에 더 가까운지, 아니면 설명하는 개인에게 더 가까운지라는 질문으로 환원된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기록과 설명 중 하나를 선택한 문제가 아니다. 두 사회 모두 기록을 남기고 설명을 요구한다. 다만 책임을 붙잡는 마지막 고리가 다르다. 일본에서는 책임이 문서 속에 남아 시스템에 귀속되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고, 한국에서는 책임이 설명을 통해 다시 개인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갖는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왜 어떤 사회에서는 “기록만 확인하면 끝나는 일”이 되고, 다른 사회에서는 “다시 설명해야 하는 일”이 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독자는 이제 일본과 한국을 단순히 ‘꼼꼼한 사회’와 ‘말이 많은 사회’로 대비시키기보다, 책임이 어디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사회인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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