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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대학은 왜 다른 역할을 하는가

by JiwonDay 202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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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어디에 놓여 있는 제도인가

대학은 일반적으로 지식을 배우는 교육기관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대학이 사회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교육의 내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역할이 드러난다.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과정은 단순한 학습의 단계를 넘어, 개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경로를 미리 정렬하는 제도적 절차이기도 하다. 이 글은 일본과 대한민국의 대학 제도를 비교하여,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 무엇을 가르치는지보다 사회 제도 안에서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두 나라 모두 대학을 학술과 교육의 장으로 규정하지만, 대학이 채용 시장과 연결되는 시점과 방식은 서로 다르다. 그 차이로 인해 대학은 한 사회에서는 사회 진입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다른 사회에서는 사회적 위치를 선별하는 관문으로 기능한다. 이 글은 이러한 차이를 문화나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어떻게 설계되고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정리한다.

 

 

같은 인물이지만 왼쪽은 대학이 사회 진입을 완충하는 일본의 구조를, 오른쪽은 대학이 개인을 선별하는 한국의 구조를 하의 형태와 색감, 공간 대비로 보여준다.

대학의 위치와 서열이 작동하는 구간

일본에서 대학은 법적으로 학술의 중심으로 규정되며, 채용의 직접적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학은 지식과 연구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고, 졸업 이후 개인은 별도로 조직된 신졸 채용 시장으로 이동한다. 이 구조에서 대학 서열은 존재하지만, 그 효력은 특정 시점에 집중된다. 상위권 대학 출신자는 첫 취업에서 안정적인 기업으로 진입할 확률이 높게 나타나지만, 이 영향은 주로 첫 관문에서 발휘된다. 이후의 임금 수준이나 직무 이동은 기업 내부의 평가, 근속, 배치에 따라 재구성된다. 대학 서열은 사회적 낙인이기보다, 입장권의 성격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대학의 위치가 다르게 설정된다. 대학은 채용 이전 단계에서 이미 선별 장치로 작동하며, 대학 선택 과정 자체가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구분한다. 출신 대학은 채용 순간뿐 아니라 이후의 임금, 승진, 이직 과정에서도 신호로 남는다. 이로 인해 대학 서열은 단발적 효과가 아니라 장기적 배경값처럼 작동한다. 같은 ‘서열’이라는 요소가 일본에서는 특정 구간에서만 작동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시간 전반에 걸쳐 누적되는 이유는 대학이 놓인 제도적 위치 차이에서 설명된다. 대학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가, 서열의 수명을 결정한다.

채용 시점, 전공, 첫 직장이 만드는 경로

일본의 신졸 일괄 채용 구조는 시간을 강하게 압축한다. 졸업 연도는 단순한 학업 종료 시점이 아니라, 사회 진입을 허용받는 집단적 관문이 된다. 이 시점에 맞춰 채용 시장이 열리고, 같은 연령과 학년의 졸업 예정자가 동시에 평가 대상이 된다. 이 구조에서는 졸업 연도의 성공 여부가 결정적이며, 이를 통과한 개인은 기업 내부로 흡수된다. 기업은 장기 근속을 전제로 인력을 육성하고, 전공과 직무의 직접적인 일치를 요구하기보다는 입사 이후 교육과 배치를 통해 개인을 재사회화한다. 전공은 직업 예고장이 아니라, 학습 가능성과 태도를 보여주는 신호로 기능한다. 한국의 채용 구조는 보다 분산되어 있다. 졸업 이후에도 채용 기회는 존재하며, 재도전 자체가 제도적으로 봉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공과 직무의 연결 요구는 강하게 작동한다. 특히 이공계나 전문직에서는 전공 불일치가 진입 단계에서 필터로 작용한다. 또한 첫 직장의 조건은 이후 경력의 기준점이 된다. 외부 이동은 가능하지만, 첫 출발점이 낮을수록 이후 선택지는 제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첫 직장이 기업 내부 경로를 규정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첫 직장이 외부 시장에서의 위치를 고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채용 시점의 구조가, 경력의 방향성을 미리 설정하는 셈이다.

실패를 처리하는 방식과 책임의 배분

대학 졸업 이후의 실패를 사회가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대학 제도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일본에서는 졸업 시점의 취업 실패가 이후 경로에 구조적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이는 개인의 능력 부족이라기보다, 신졸 채용이라는 집단적 선발의 시간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실패의 위험은 특정 시점에 압축되어 있으며, 성공한 경우에는 기업이 고용 안정과 인력 육성의 책임을 상당 부분 부담한다. 개인은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대신, 한 번 흡수되면 비교적 예측 가능한 경로를 걷는다. 한국에서는 실패의 처리 방식이 다르다. 졸업 시점에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으며, 재도전의 경로는 열려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비용, 불확실성, 추가 준비의 부담은 개인에게 귀속된다. 국가는 채용의 공정성을 위한 규범을 제시하고, 기업은 채용 방식의 자율성을 유지한다. 그 결과 개인은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주체가 된다. 이 차이는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거나 우월하다는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대학이 일본에서는 사회 진입을 준비하는 완충 장치로, 한국에서는 사회적 위치를 조기에 확정하는 장치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제 대학을 선택하는 행위를 교육의 선택으로만 볼 수 없게 된다. 대학은 여전히 교육기관이지만, 동시에 개인을 특정 채용 구조 속으로 이동시키는 제도적 장치라는 사실이 이 지점에서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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