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에서 협상은 단순히 가격이나 조건을 맞추는 절차를 넘어,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과정입니다. 특히 협상이 실패하거나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준비된 대안이 있다면 협상력은 크게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교재의 내용을 바탕으로, 협상에서의 '최선의 대안(BATNA)' 개념과 그 실제적 의미, 그리고 유사 개념들과의 차이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BATNA의 개념과 협상에서의 역할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는 우리말로는 보통 협상된 합의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협상에 의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가장 나은 것을 뜻으로,
협상이 결렬되거나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사전에 조사하고 파악해 두는 전략적 개념입니다.
즉, 자신의 BATNA를 안다는 것은 협상이 실패했을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교재에서는 BATNA를 협상 전략 수립의 핵심 요소로 설명하며, 협상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불리한 조건을 피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221page). 협상에서 상대방이 제시하는 조건이 내 BATNA보다 나쁘다면 굳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제안이 BATNA보다 낫다면 그때는 합의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BATNA는 협상에서 감정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BATNA의 실제 적용 방법과 사례
공공조달 협상에서 BATN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합니다.
- 협상 시작 전, 협상이 결렬될 경우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조사합니다.
- 각 대안의 실현 가능성과 기대 효과를 분석하여, 가장 현실적이고 유리한 대안을 BATNA로 선정합니다.
-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의 제안이 BATNA보다 나쁜 경우, 협상을 중단하고 BATNA를 실행할 준비를 합니다.
- 반대로, 상대방의 제안이 BATNA보다 유리하다면 협상을 수용합니다.
예를 들어, 한 공공기관이 특정 용역사업의 협상에서 상대방이 제시한 가격이나 조건이 내부적으로 준비한 BATNA(예: 다른 공급업체와의 계약, 자체 수행 등)보다 불리하다면, 과감히 협상을 중단하고 BATNA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BATNA는 협상에서 조직의 협상력을 높이고, 불리한 조건을 피하는 데 실질적인 힘을 제공합니다.
선택지별 개념 설명
문제에서 제시된 각 선택지의 개념을 교재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선의 대안(BATNA)
BATNA는 협상이 실패하거나 교착 상태에 빠지는 상황에 대비하여 사전에 조사하고 파악해 두는 '협상된 합의에 대한 최선의 대안'을 의미하는 전략적 개념입니다(221page).
2. 공급업체 선호 매트릭스(Supplier Preference Matrix)
공급업체가 수요기관을 핵심, 개발, 방해, 악용 등 4개 유형으로 분류하여, 각 유형에 맞는 공급전략을 수립하는 도구입니다. BATNA와는 목적과 활용이 다릅니다(138~140page).
3. 포터의 5가지 경쟁세력모형(Porter’s Five Forces Model)
산업 내 경쟁 강도, 신규 진입자, 대체재, 공급자의 협상력, 구매자의 협상력 등 5가지 요인을 분석하여 산업의 구조와 경쟁 환경을 평가하는 도구입니다. BATNA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136~137page).
4. 기술협상(Technical Negotiation)
기술협상은 낙찰자 선정 이후, 계약 체결 전 기술적 세부사항을 협의하는 절차입니다. BATNA와는 별개의 개념입니다(215~216page).
왜 BATNA가 협상력의 핵심인가
협상력이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이 협상이 깨져도 괜찮다”는 선택권이 있을 때 협상력이 생깁니다. BATNA는 바로 그 선택권의 근거가 됩니다.
예를 들어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상대방이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해도 쉽게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협상 결렬 시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면, 협상자는 불리한 조건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차이가 매우 큽니다.
BATNA가 중요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불리한 합의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 협상에서 최소 수용 기준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
- 상대방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 협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
- 더 냉정하고 전략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공공조달에서는 이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한 번의 거래 문제가 아니라 예산, 일정, 공정성, 책임 문제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BATNA와 열등한 BATNA의 차이
BATNA는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BATNA가 실제로 얼마나 강한가입니다.
열등한 BATNA를 가진 협상자는 상대방의 제안이 좋지 않더라도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상대방이 그 약점을 알아차렸을 때입니다. 상대는 그 순간부터 훨씬 강한 태도로 조건을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결국 BATNA가 약한 쪽은 협상을 주도하기보다 끌려가게 됩니다.
반대로 강력한 BATNA를 가진 협상자는 다릅니다.
협상이 결렬되어도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있기 때문에, 굳이 손해를 감수하며 합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여유가 협상 태도에 그대로 드러나고, 결국 협상력으로 이어집니다. 공공조달 상황으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체 가능한 공급업체가 여러 곳 있다면 BATNA는 강해집니다.
- 내부 수행이 가능하다면 BATNA는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 사업 일정 조정이 가능하면 협상에서 시간 압박이 줄어듭니다.
- 반대로 특정 업체 외에는 수행할 곳이 없고 일정도 촉박하다면 BATNA는 매우 약해집니다.
즉, BATNA의 강도는 협상력의 실질적인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BATNA도 꼭 봐야 한다
실제로는 상대방의 BATNA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협상 결렬 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에 민감한지를 더 정확히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가 자신의 BATNA를 솔직하게 공개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부풀려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협상 전에는 사전 조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방의 BATNA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해당 업계에 정통한 사람에게 현황을 물어본다.
- 업계 관련 기사나 정기 간행물을 조사한다.
- 상대 회사의 연차보고서나 공개 자료를 확인한다.
- 가능하다면 내부 사정을 간접적으로 파악한다.
- 상대방 입장에서 어떤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가질지 생각해본다.
공공조달에서는 여기에 더해 상대 업체의 최근 수주 상황, 해당 사업 의존도, 경쟁사 존재 여부, 기술 대체 가능성 등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결국 협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로 준비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BATNA의 장점과 주의사항
BATNA를 명확히 파악하고 협상에 임하면, 협상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상대방의 압박이나 불리한 조건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BATNA는 협상에서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해주기 때문에, 무리한 양보나 불필요한 타협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BATNA를 과대평가하거나, 실제로 실행이 어려운 대안을 BATNA로 설정하면 오히려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BATNA를 약화시키는 전략적 시각
협상 전략에서는 자신의 BATNA를 강화하는 것만큼, 경우에 따라 상대방의 BATNA를 상대적으로 약하게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줄어들수록 내 입장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경쟁 구도를 확보하거나, 대체 공급 가능성을 미리 검토해 두면 상대의 우월적 지위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구사항과 평가 기준을 분명히 해두면 상대가 협상 과정에서 과도한 해석을 통해 우위를 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공조달은 민간 협상과 달리 공정성, 투명성, 절차적 정당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BATNA를 약화시키는 접근도 제도와 규정의 범위 안에서 이해해야 하며, 부당한 압박이나 불공정한 방식으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대안이 전혀 없을 때 왜 위험한가
협상에서 가장 불리한 상황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입니다.
이때 협상자는 사실상 주도권을 잃게 됩니다. 상대방은 그 사정을 읽고 더 강하게 조건을 제시할 수 있고, 대안이 없는 쪽은 결국 받아들이는 입장이 되기 쉽습니다.
공공조달에서 이런 위험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특정 기술을 가진 업체가 사실상 한 곳뿐인 경우
- 사업 일정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경우
- 재공고나 사업 재설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 내부적으로 대체 수행 역량이 전혀 없는 경우
이런 상태에서는 협상력이 매우 약해집니다. 그래서 BATNA는 협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사전 준비의 문제입니다. 협상장에서 잘 버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협상 전에 대안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공공조달 사례로 이해하는 BATNA
예를 들어 한 공공기관이 특정 용역사업을 두고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 중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제시한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수행 조건도 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이 큽니다.
이때 기관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사전에 검토해 두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 차순위 업체와 협상 가능
- 사업 범위 일부 조정 후 재공고 가능
- 일부 업무의 내부 수행 가능
- 일정 조정 후 재추진 가능
이런 대안이 있으면 기관은 상대방의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다 명확히 유지할 수 있고, 상대방도 함부로 밀어붙이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아무 대안이 없다면, 사업 일정과 행정 부담 때문에 결국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마무리
BATNA는 협상에서 단순히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 아니라, 협상력을 만드는 핵심 기준입니다.
특히 공공조달처럼 예산, 품질, 일정, 책임, 절차가 복합적으로 얽힌 분야에서는 BATNA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BATNA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협상 실패 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 불리한 합의를 막아주는 기준이 된다.
- 강한 BATNA는 협상력을 높이고, 약한 BATNA는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 자신의 BATNA뿐 아니라 상대방의 BATNA도 파악해야 한다.
- 대안이 전혀 없으면 협상은 매우 불리해진다.
- 공공조달에서는 사전 준비와 정보 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조달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BATNA를 단순 암기 개념으로 외우기보다, 협상이 깨져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대안 이라는 흐름으로 이해해두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실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상은 무조건 성사시키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 합의하지 않을 경우의 선택까지 준비한 상태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원하시면 다음 단계로